코사크의 비극

1995년에 개봉된 007 골든아이 (Golden Eye)에는 코사크 (Cossacks)인 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영화를 보면 영국 정보부의 충실한 요원이던 알렉은 영국을 망하게 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그 이유는 알렉이 바로 코사크인 이기 때문이다. 옛날 린츠(Lienz)에서 영국이 배신하여 동족인 코사크인 들을 팔아넘긴 것에 대해 그가 분노하고 괴로워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을 보고 린츠 사건에 대한 코사크인 들의 뿌리 깊은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코사크인 들은 원래 러시아 동부 지역에 흩어져 살던 유목 민족이다. 이들은 러시아에서 공산 혁명이 일어나 적군과 백군이 내전을 하자 그만 잘못 판단하여 백군 편에서 싸웠다. 그 때문에 내전에서 승리한 소비에트 공산 정권 하에서 엄청난 고통과 압박을 받았다. 숨죽여 살던 코사크인 들은 제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자 자연스럽게 나치 독일 편에서 소련군을 상대로 싸웠다. 그것은 나치가 그들의 독립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오랜 역사 동안 전투와 투쟁에 익숙해있던 코사크군은 독일군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하는데 너무 열심히 일을 했는지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점차 전쟁이 연합국의 승리로 기울자 혼란에 빠진 코사크인 들은 이탈리아의 알프스산에 모였다가 영국에 의지하기로 했다. 그 들은 오스트리아에 진주한 영국군의 도움을 받아 린츠에 모였다. 그들에게는 한 동안 별 문제가 없는 듯 했다. 하지만 1945년 5월 28일 영국군은 오스트리아 린츠 (Lienz)의 캠프에 있던 코사크인 들을 회의를 미끼로 불러 모은 다음, 이들을 체포했다. 코사크인들은 아무 의심 없이 영국군 진지로 갔다가 그만 청천벽력과 같은 일을 당했다. 소련으로 끌려가는 것이 어떤 것임을 알았기에 코사크인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으며 몇 몇은 그 자리에서 자살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강제로 트럭과 열차에 실려 소련군에게 인계 되었다. 그 숫자는 이 백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영국이 코사크인 들을 모두 소련으로 보낸 것은 얄타회담에서 스탈린이 강력하게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소련으로 끌려간 사람들은 대부분 소련 땅에 가 본 적조차 없는 사람들이었다. 단지 그들의 선조가 러시아에서 탈출했다는 것 만으로 이백만 명의 코사크인 들이 소련으로 끌려갔다. 얄타에서도 워싱턴에서도 런던에서도 불쌍한 코사크인 들을 동정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소련으로 끌려간 코사크인들은 반역죄로 처형되었다. 운 좋게 처형되지 않은 사람들은 시베리아의 강제수용소에서 고문과 중노동에 시달리다가 죽었다. 그 중 일부는 1955년쯤에 사면을 받았다고 한다. 나라가 없는 민족의 운명은 참 슬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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