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추운 겨울, 수 만 명의 젊은 독일 병사들이 소련군에게 포위되어 있다.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나 모두 영하 30도의 강추위에 얼어 죽을 지경이었다. 식량 배급이 끊긴 지는 이미 오래. 마지막으로 말을 잡아먹고 심지어 쥐까지도 먹어 치운 뒤 이제 먹을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병사들은 몇 주일 째 지독한 굶주림에 시달린다. 게다가 사방을 포위한 적군은 밤낮으로 포탄을 퍼붓고 때로는 함성을 지르며 돌격해오는 통에 병사들은 도무지 쪽잠조차 제대로 잘 수가 없다. 하지만 근처에 도와주러 올 아군은 없다. 이제 아무 희망이 없으므로 모두들 절망에 빠져있다. 나가서 싸우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항복하기도 어렵다. 악명높은 소련군에 투항하거나 포로가 되면 아마 독일 병사들은 지독한 고문을 당하고 나서 처형될 것이다.
이 병사들의 나이라고 해봐야 겨우 20살 남짓, 아직 어린 나이였다. 잠시라도 쉴 수 있는 때가 있으면, 멀리 고향에 두고 온 엄마와 여자 친구를 생각했을 것이다. 다가오는 최후를 미리 느꼈는지 마지막 유언을 남긴 병사들도 많았다. 아, 죽기 전에 가족을 한 번이라도 다시 볼 수 있을까? 이런 병사들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 한 병사가 종이 위에 목탄으로 성모 마리아를 그렸다. 이 것을 오늘날 “스탈린그라드의 마돈나 (Stalingrad Madonna)”라고 부른다. 그림을 보면 마치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꼭 안아주는 것을 바라듯이 간절히 엄마의 품을 그리워하는 젊은 청년의 마음이 느껴진다.
이 그림은 제이차 세계대전 중 러시아를 침공한 독일군이 그린 그림이다. 의기양양하던 나치 침공군은 이 운명의 도시 스탈린그라드에서 소련군의 역습을 받아 마침내 괴멸되게 되었다. 포위된 도시 한가운데에서 독일 병사 쿠르트 로이버 (Kurt Reuber)는 1942년 크리스마스쯤 에 참호 속에서 이 그림을 그렸다. 결국 한 달 쯤 뒤에 불패의 신화를 자랑하던 독일 제8군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스탈린그라드에서 소련군에게 항복했다. 열렬한 기독교 국가 나치 독일이 기독교를 박해하던 공산주의 국가 소련을 침공했을 때, 기독교의 신은 누구의 편을 들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