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아소피아에 무슨 일이 있었나?

하기아 소피아 내부

터키 정부는 그동안 박물관으로 공개해왔던 하기아 소피아 (Hagia Sophia)를 이슬람교의 성전인 모스크로 바꾸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기아 소피아가 있는 도시 콘스탄티노플이 이슬람 침공군에게 함락된 것은 1453년 5월 29일이다. 콘스탄티노플은 그 이후 이스탄불로 이름을 바꾸었고 지난 500여 년 동안 터키의 도시였다.

콘스탄티노플은 동로마 제국의 수도로 중세 1,500 년 동안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웠지만 이때에 이르러 오토만 제국의 술탄 메흐메드 2세가 이끄는 침공군의 공격을 받았다. 도시는 침공군에 맞서서 58일 동안 결사 항전했으나, 중과부적이었다.

이슬람 군이 도시로 쏟아져 들어오자 이슬람의 전통에 따라 3일간 약탈이 행해졌다. 이 와중에서 그리스 정교회의 교회였던 하기아 소피아에 피신한 기독교인들은 학살되고 하기아 소피아도 술탄의 명령에 따라 모스크로 바뀌었다.

이렇게 보면 오토만 제국이 상당히 심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좀 다르다. 기독교인들이 더 심하게 이슬람 문화를 탄압했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이베리아반도는 원래 이슬람 세력의 땅이었지만 13세기에 기독교인들에게 점령당했다. 점령군은 처음에는 협약 (Treaty of Granada) 을 통해 정복지에서 이슬람교와 아랍인들을 인정하는 듯했다.

그러나 곧 입장을 바꾸어 이슬람 문화를 탄압하고 책을 불사르고 언어를 금했다. 더 나아가 개종을 강요하고 따르지 않는 자는 모두 죽였다. 알람브라 궁전과 같은 몇몇의 건축물들을 제외하면 스페인에서 번성했던 이슬람 문화의 흔적은 오늘날 말끔히 사라졌다.

하지만 오토만 제국은 콘스탄티노플에서 기독교인들을 모두 죽이거나 개종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하기아 소피아도 파괴하거나 교회의 흔적을 지우지 않고 그 위에 칠을 하여 원형을 보존했다. 그 덕분에 관광객들은 중세 기독교 미술의 멋을 흠뻑 느낄 수 있었다.

하기아 소피아 외부

이제 하기아 소피아모스크로 바뀐다면 관광객들의 출입은 어려울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슬람의 모스크로 쓰인다면 그 안에 있는 기독교적 장식이나 흔적은 제거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터키 정부의 조치가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터키 정부가 자기 나라 박물관을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해서는 터키 정부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맞다.

지금 터키 정부의 방침에 대해 많은 기독교인들이 분개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터키 정부가 그동안 참아준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고맙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5백 년이 지나도 콘스탄티노플 함락의 비극은 아직도 후유증을 남기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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