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한국 시리즈 – ② 강남, 그들만의 세상

서울의 “강남”이라고 하면 원래는 서울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한강을 중심으로 남쪽 지역을 말한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서울의 25개 자치구 중 영등포구, 양천구, 강동구, 강서구처럼 한강의 남쪽에 자리 잡고 있는 지역들조차 “강남”에 속하지 못한다. 그래서 보통 “강남”이라고 하면 서울에서도 오직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만을 뜻한다. 그런데 강남은 단지 지역을 나타내는 것만이 아니다.

오늘날 강남은 부자들과 권력층이 결합하여 쌓아 올린 견고하고 단단한 성채(citadel)이다. 중세의 귀족들이 외부로서의 침입에 대비하여 방벽을 높이 쌓아 올린 성 안에서 사치스러운 삶을 살았듯이 오늘날 강남의 신흥 귀족들은 높은 땅값으로 격리된 강남에서 다른 어느 지역보다 안락하고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물론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부유층들은 빈곤층과 같이 섞여 살지 않고 자기들끼리 따로 모여 산다. 또 서울의 강북 지역에도 평창동이나 한남동 처럼 비교적 부유층들이 모여 사는 동네들이 여럿 있다. 하지만 강남은 다른 곳들과는 차별되는 뚜렷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첫 째 는 강남이 강북과 차별 되는 점인데 강남이 얼마 전에 만들어진 지역이므로 딱히 자랑할 만한 역사와 전통 따위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강남에는 금융이나 벤처로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신화는 많지만 대대로 강남에 살아왔다는 유서 깊은 가문이나 종갓집은 찾기 어렵다. 두 번째는 강남이 다른 선진국의 부자 동네와 차별 되는 점으로 강남이 스스로의 능력이 아니라 주로 다른 지역의 경제적 희생으로 발전해왔다는 점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의 이른바 “사회 지도층”은 보수이든 진보이든 대개 강남 지역에 많이 산다. 강남 집중의 흐름을 따라 전통적 부유층도 1980년대부터 강북에서 대거 강남으로 옮겨왔다. 강남은 1970년대 이후 급속히 발전한 한국 경제를 바탕으로 새로 만들어진 동네이기 때문에 강북의 전통적인 부자 동네와 뚜렷이 구별되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강남의 가치 척도는 바로 경제력이다. 강남의 돈이야 말로 강남을 이루는 반석이며 강남을 지탱하는 기둥이고 강남을 지키는 성채이다.

하지만 강남을 그저 지역적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날이 갈수록 점차 견고하게 굳어져 가는 이 나라의 상류층으로 이해한다 해도 앞에서 말한 두 가지 특징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물론 어느 나라에서도 상류 계급은 여러 제도와 기구를 동원해서 나라의 자원을 독점하고 다른 계층의 도전과 접근을 막는 장치를 만든다. 지금 강남에는 도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강남의 특수한 사정을 살펴보려면 강남의 부동산 가격을 보면 알 수 있다. 강남에서 신분을 나타내는 상징은 돈이며 그 것은 바로 강남의 자존심이다. 옛날 귀족들이 출신과 신분으로 특권 신분을 세습하였다면 강남 귀족들은 높은 가격으로 형성된 부동산과 학벌을 세습한다. 그러니 강남은 그저 지리적 단위가 아니다. 예를 들어 서초구와 관악구는 비록 서로 이웃하고 있어도 각각의 부동산 값은 완전히 다르다.

문제는 날이 갈수록 강남과 다른 지역의 부동산 가격 차이가 더욱 벌어진다는 점이다. 더욱이 강남의 부동산 가격은 불황에도 크게 문제없다. 금융 위기가 지구촌의 경제를 강타한 지난 2008년을 기점으로 1년 후에 살펴보니 최악의 공황 상태에서도 오히려 강남의 부동산 가격은 오르고 강북은 떨어져 강남북의 부동산 가격은 더욱 벌어져 있었다. 매번 위기가 올 때마다 입증된 이런 사실(fact)들을 바탕으로 은연중에 부동산 가격에 대해 사람들의 의식 속에 “강남 불패 신화”가 만들어졌다. 물론 지난 수십 년 동안 매번 새로 들어서는 정부마다 강남 부동산 가격을 억제하겠다고 장담하고 수많은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지만 그 결과는 항상 정부 정책의 실패와 강남의 승리라는 같은 결과를 낳아왔다. 도대체 강남 부동산의 신화의 바탕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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