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센징 받아라 !” 라고 외쳤다는 역도산

역도산

역도산 (力道山)으로 알려진 일본 프로 레슬러 김신락은 함경북도 출신이었지만 살아있는 동안 자기가 한반도 출신인 것을 철저히 숨겼다. 그는 일본으로 건너가 처음에는 스모 선수가 되려고 했지만 제2차 세계 대전의 패전 이후 스모 선수에서 프로레슬러로 직업을 바꾸었다.

프로레슬링은 이 때 미국에서 들어와 일본인들의 눈길을 끌게 된 새로운 오락이었다. 일본인들이 보기에는 유도와 가라테가 합쳐진 것 같은 이 새로운 스포츠가 신기했을 것이다. 게다가 프로레슬링은 매우 폭력적이고 거친 오락인 데다가 스토리까지 있었다. 이 때 일본인들은 패전으로 기가 죽어 있었는데 프로레슬링의 링 위에서는 일본인 선수들이 거구의 미국인 선수들을 메다 꽂고 쓰러뜨리는 장면을 연출하자 관객들은 모두 후련함을 느꼈다고 한다.

게다가 미국인 선수가 심판 몰래 반칙을 하거나 흉기를 꺼내어 휘둘러 “선량한” 일본인 선수가 피를 흘리게 된다. 이 때 관중들은 모두 일어나 심판에게 소리를 지르지만 심판은 일부러 보지 못하는 척을 하기 마련이다. 관중들의 안타까움이 마구 올라갈 때 갑자기 일본인 선수는 힘을 내어 미국 선수에게 “정의의 일격”을 가한다. 당황한 미국 선수는 쩔쩔매며 도망가지만 결국 경기는 일본 선수의 승리로 통쾌하게 끝난다.

그러면 장내 아나운서는 “자랑스런 우리 선수가 마침내 승리했습니다!”라고 목이 메어 외치고 관중들은 모두 승리의 눈물을 흘리게 된다. 사실 이 모든 것이 각본이지만 어쨌든 이 당시 일본인들에게는 대단한 카타르시스가 되었다고 한다.

이런 식의 레슬링을 주도한 사람이 바로 역도산이었다. 그는 승리한 다음에는 피투성이가 된 채 경기를 끝내어 일본인 관객들을 감동시켰다. 심지어 일본 신문 기사를 보니 역도산은 상대방을 공격할 때 일부러 큰 소리로 “조센징 (한국 사람을 낮추어 부르는 말) 받아라!’ 이렇게 외친 적도 많았다고 한다. 그 만큼 패전 이후 일본 사회에서 재일 조선인들이 공포와 시기의 대상이었던 모양이다. 그가 이런 소리를 하면서 상대 선수를 공격하면 많은 일본인들은 열광했겠지.

역도산 (力道山)

일본 사회에서 쓰라린 차별을 받고 철저히 일본인으로 위장하며 살아간 역도산도 입맛은 어쩔 수 없었는지 가끔 몰래 한국 식당에 나타나 혼자 한국 음식을 실컷 먹고 조용히 사라졌다고 한다. 그가 한반도 출신 김일을 제자로 받아주었지만 특별히 김일에게 잘해준 것 같지는 않다. 그는 마흔도 안되는 나이에 갑자기 생을 마칠 때까지 철저히 일본인으로 살아갔다.

지금도 가끔 “조센징 받아라!”라고 외쳤다는 그의 마음을 생각한다. 그말이 사실이라면 열광하는 일본인 관중들을 보면서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아마도 혼자 있을 때에는 좀 슬펐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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