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로 황제와 코로나

cjh1452000 / CC BY-SA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3.0)
네로 황제 cjh1452000 / CC BY-SA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3.0)

서기 64년 로마에 대화재가 났을 때, 로마 황제 네로 클라우디우스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게르마니쿠스 ( “네로”)는 국민들의 불만이 자기를 향하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집권 과정에서 많은 비난을 받은 그는 그런 비난과 반대를 약화하기 위해 그동안 국민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해왔다. 그는 무료로 급식을 하고, 무료 서커스도 개최하고 여러 문화행사를 후원했다. 하지만 이번 대화재는 그런 것 가지고는 부족했다.

이때 그는 기가 막히는 수법을 창안해냈다. 그동안 자기에게 반기를 들고 황제가 신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기독교인들을 대화재의 원인으로 몰아 경기장에서 죽이는 것이다. 무지한 국민들은 어쨌든 우울하던 차에 이런 볼거리가 생겼으니 기독교인 처형에 열광했다. 게다가 주최 측에서도 이제 검투사나 노예를 희생시킬 필요 없이 그저 기독교인들을 잡아다 경기장에서 죽이면 되니까 비용면에서도 좋은 아이디어였다. 국가적 위기에 빠진 국민들도 즐겁게 하고 정치적 반대 세력도 처치할 수 있는 묘수였다.

그로부터 1900여 년 후 나치 독일의 히틀러도 네로에게 배웠다. 제1차 대전의 패전과 뒤이은 경제 공황으로 분노한 독일 국민들에게 유대인이란 제물을 던져준 것이다. 이성을 잃은 독일 국민들은 유대인들을 때리고, 조롱하고, 죽이면서 잠시나마 자기들의 불행한 현실을 잊었다. 희생양 찾기에 광분한 독일인들은 전쟁의 마지막 순간까지 귀중한 인원과 물자를 유대인 학살에 허비했다.

그러자 일본인들도 얼른 이를 본받았다. 이번에는 관동 대지진으로 흉흉해진 민심을 달래려 한국인들을 제물로 삼았다. 나라가 없어서 할 말을 못 하는 한국인들은 도쿄의 길거리 곳곳에 설치된 자경단의 검문소에서 적발돼, 오직 한국인이라는 이유 만으로 현장에서 처형됐다.

마녀사냥의 오래된 전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모양이다. 지금 코로나 사태의 범인으로 기독교인들을 지목하고 있다. 어찌된 일인지 같이 집회를 강행한 노조나 친정부 단체의 이야기를 하는 언론은 없다. 이제 로마 대화재 때처럼 교회가 다시 희생양이 되고 있지만 네로의 최후가 어땠는지를 생각한다면 지금 박해받는 교회는 더욱 용기를 가져야 할 것이다.

About Author

Previous article친일 프레임 씌우기의 끝
Next articleThe Policy of “It’s All Your fau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