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도 주변에는 사법 시험이 부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만약 당신이 중병에 걸려서 의사를 찾아간다고 하자. 그런데 그 의사가 중학교 중퇴 학력이지만 의사 고시 전문 학원에서 시험 요령을 잘 익혀, 의사 고시를 간신히 합격한 의사라고 하자. 그런 의사에게 과연 당신의 생명을 맡길 수 있을 까?
다행히도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사람만이 의사고시에 응시할 수 있다. 하지만 1960년대까지는 우리나라에서도 학력과 관계없이 의사 고시만 합격해도 의사가 될 수 있었다. 그런 의사들은 실제로 많은 문제를 만들었으므로 정부는 법을 고쳐 의사고시는 반드시 정규 의대를 나온 사람만이 응시하게 만들었다.
사람의 목숨과 재산을 결정하는 판사, 검사, 변호사의 선발 문제는 의사 선발과 견주어 결코 덜 중요하지 않다. 어떤 사람이 그저 시험용 암기를 잘한다고 해서 판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 사법제도의 근간이 되는 변호사 자격시험을 단지 암기 콘테스트로 전락시킨다면 사법 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질 것이다.
사법제도는 국가와 사회가 유지되는 기본적인 틀이다. 이러한 사법제도의 핵심은 바로 국민의 신뢰이다.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사법제도는 국가적 폭력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는 사법제도의 존엄성과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해 현행 법과대학원 제도의 개혁과 보완을 요구한다.
우선, 누구나 돈 걱정 없이 법과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도록 장학 제도와 학자금 융자 제도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 또 비상식적인 사법제도의 부활을 논하기 전에 먼저 법학대학원의 입학 및 졸업 자격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믿는다. 각종 범죄 경력이 있거나 비윤리적 추문에 주동적으로 참여한 자들은 절대로 변호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성범죄와 같은 도덕적 범죄를 범한 자들은 가차 없이 탈락시켜야 하며, 윤리적 문제가 있는 자들을 모두 걸러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또 법학대학원 교육의 질을 높이고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사시의 부활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아무런 교육 없이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의사가 될 수 있는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답해야 할 것이다. 당신은 그렇게 자격을 취득한 의사에게 당신의 생명을 맡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