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의 여성 차별 문제

2017년 할리우드의 성추문이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 (Harvey Weinstein)이 여배우들에 대한 성범죄 혐의로 체포되어 마침내 23년 형을 받은 것이다. 이어 할리우드에 만연한 여성 차별에 대한 많은 폭로가 뒤따랐다. 우리는 이런 폭로를 환영하며,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나마 할리우드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며, 더 이상 여성을 무시하거나 차별하는 제도가 계속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 편으로 우리는 한국의 영화계를 보며 매우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한국 영화계는 특히 신인 여배우들에 대해 제도화된 성적 착취가 “표현의 자유”란 이름으로 합리화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제 한국 영화인들은 빨리 유명해지고 싶은 여성 연기자들의 조급함과 관중의 엿보기 욕망, 그리고 영화 자본의 치밀한 계산이 어우러져서, 영화의 가치와는 그다지 관계없을 것 같은 지나친 노출과 짙은 성적 표현이 뜬금없이 삽입되는 한국 영화의 흥행 공식을 정면으로 거부하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과면 우리 영화인들이 그럴 준비가 되어 있을까? 아니 우리 사회는 정말 영화계의 여기 저기에 도사리고 있는 성적 포식자 (sex predator)들을 엄중하게 처벌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영화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우리의 누이들을, 딸들을, 가족들을, 친구들을, 스타들을 보호하고 지지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런 질문에 대해 이제 답해야 할 때가 왔다.

우리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막강한 거물이라도 성범죄로 23년형을 받는 것을 보고 미국 사회의 밝은 미래를 보았다. 만약 한국 영화계의 실력자가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면 아마도 길어야 겨우 몇 년 정도의 형에 그나마 금방 풀려날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보나 마나 한국 법원은 범인이 “후회하고 있다” “피해자와 합의하였다” “초범이다” 와 같은 황당한 이유로 황급히 이런 괴물들을 다시 영화계로 돌려보낼 것이다. 오늘날 한국에서 사법 제도가 웃음거리로 전락하게 된 것은 이해할 수 없고 종잡을 수 없는 양형 기준의 덕분도 있다. 그런 면에서 하비 와인스틴의 경우 비록 그가 “후회하고 있고” “초범이고” “피해자와 합의했어도” 23년 형을 확정 지은 미국 사법 제도의 높은 수준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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