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비틀기와 그 솔직한 의미

과거 70년대에 물가가 폭등하자 정부는 가격이 “정상화” 되었다고 주장했다. “정상화”란 표현에 사람들이 식상해하자 이 번에는 “현실화”라는 단어를 꺼냈다. 가격의 “정상화”나 “현실화”는 말하자면 “물가 상승”이란 뜻이다. 군대에서 “후퇴”란 수치스러운 것이므로 전쟁중 적의 기습으로 부득이 후퇴해야 했을 때, 어떤 미군 장군은 후퇴가 아니라 “뒤로 진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에서는 가게앞에 “준비중”이란 말이 있으면 이는 대개 “가게 문을 닫았으니 내일 오라”는 뜻이다. 일본인들이 “생각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하면 그 것은 “네가 하는 말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 더 이상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으니 그만 하자”는 뜻이다. 이런 식의 언어 비틀기는 그 패턴을 익히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우리 사회에도 많은 언어의 비틀기가 있는데 근래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과 그 실제 뜻은 다음과 같다.

정치인들이 비리가 들어났을 때 그 들이 말하는 “금시초문이다”란 말은 아직 어떤 대응을 할 지 결정하지 못했다는 뜻이고, “매우 유감이다” 라는 것은 “내가 잘못한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위해 한 마디한다”는 뜻이다. 북한이 도발을 했을 때, 정부가 “유감이다”라는 것은 “누군가가 잘 못을 한 것 같은 데, 일단 문제는 있는 것 같다”는 뜻이고 “단호히 응징한다”는 말은 “우린 말로만 할 테니 북한은 좀 가만히 있어달라”는 뜻인 듯하다.

또 비리가 폭로되었을 때, 정당이나 검찰이 말하는 “뼈를 깎는 심정이다”라는 말은 “지금 우리가 좀 곤란하지만 좀 지나면 어차피 아무도 기억 못할 테니 우린 아무 것도 할 마음이 없다”는 뜻이고, 재판중에 피고가 “죄를 뉘우치고 있다”는 말은 종종 “내가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피해자라는 사람과 돈으로 합의했으니 형량을 줄여달라” 는 뜻이다.

이처럼 오늘날 우리 사회 전체가 언어 비틀기 놀이에 빠져있는 동안, 그 단어의 원래 의미는 점점 더 잊혀지고 있다. 물론 그런 언어 비틀기가 꼭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걸핏하면 북한의 도발에 대해 우리가 듣는 “응징하겠다” “양보하지 않는다” “좌시하지 않겠다”는 상투적인 표현은 이제 식상을 넘어 분노를 일으킨다. 휴전 이후 단 한 번도 북측의 도말에 대해 남측에서 무력으로 반격한 적이 없다는 것은 북한도 알고 우리도 알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나 군은 차라리 “잘 아시다시피 저희가 뭐 별로 할 게 없습니다. 이번에도 그냥 참을 수 밖에..” 라고 말해주는 것이 좀더 솔직한 표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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