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전 서울 시장은 사실 멋진 사람이다. 그는 훤출한 키에 좋은 인상이다. 머리도 좋고 뚝심도 있다. 그는 한 때 보수의 다음 주자였다. 서울 시장으로 있을 때 그는 항상 자신에 차있었으며 주위에서도 그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서울 시장으로서 그는 젊었고 추진력이 있었으며 뭔가 철학이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오세훈 서울 시장은 느닷없이 무상 급식을 잇슈로 주민 투표를 제안하고 그 결과에 그의 자리를 걸었다. 그 결과 그는 투표에서 졌고 약속대로 서울 시장 직에서 사퇴했다. 그 후 그는 종로구와 광진구에서 총선에 출마했으나 두 번 다 낙선했다. 그의 사퇴이후 치루어 진 선거에서 진보측은 안철수 씨의 도움으로 서울 시장 자리를 횡재했고 그 여세를 모아 마침내 대선과 총선에서 승리하여 진보의 세상을 활짝 열었다.
그래서 지금 우파 진영에서 그의 평가는 엇갈린다. 여전히 강력한 대선 후보감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고 우파의 몰락을 불러온 원죄를 지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런 면에서 그는 진보 쪽의 김민석씨를 연상시킨다. 김민석씨도 한 때 진보의 희망이었다. 비록 그가 아깝게 2002년 서울 시장 선거에서 졌지만 모두들 그의 다음 행보는 대선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그는 2002년 대선 정국에서 느닷없이 정몽준 캠프에 합류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 후 김민석씨는 재기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왔고 드디어 국회의원도 되었지만 진보 진영에서 그는 더 이상 대선후보가 아닌 듯하다.
사람들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20세기의 위대한 정치가 윈스턴 처칠도 다다니엘즈 패전의 실수를 평생 짊어지고 살았다. 하지만 실수를 극복하는 것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오세훈 전 시장이 다시 한 번 재기하려면 이번에 어디에 나올지 잘 골라야 할 것이다. 섣불리 지는 선거에 나와서 세 번째로 패배한다면 아마 본인 스스로가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그의 주변에서는 2011년 사퇴가 옳은 결정이었다고 계속 주장하라는 측과 그 것은 실수였다고 반성해야 한다는 측이 골고루 섞여 있는 듯하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건대, 현재 여론으로 보아 오 전시장이 무상 급식 문제에 대한 자기의 결정을 그저 합리화하려 한다면 그는 한 동안 어떤 선거에서도 이기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싯점에서 궁금한 것은 지난 2011년 사퇴 이후 왜 오세훈 전 시장이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았는 지에 대한 설명이다. 국민들의 머리 속에 뚜렷하게 남아있는 무상급식 문제라는 악몽을 없애려면, 오세훈 전 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뭔가 다른 강력한 이미지를 만들었어야 하는 데, 아직도 국민들의 기억 속에는 오세훈 전 시장에게는 무상급식 문제만이 떠오른다. 이 때문에 당장 다가오는 서울 시장 선거에서는 오세훈 전 시장이 비록 공천을 받아도 무상급식의 악몽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현실에서는 자의이든 타의이든 이 번 서울 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전 시장이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오세훈 전 시장은 이 번에 선택을 잘해야 할 것이다. 그가 출마한다면 그것이 서울 시장 선거이든 대통령 선거이든 어쩌면 다음 선거가 그에게는 마지막 선거가 될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