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으로 볼 때 나경원 전 의원의 가장 큰 적은 그 자신이다. 나경원 전 의원은 보통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를 불러일으킨다. 그녀는 부잣집의 예쁜 딸로 태어나 착실하게 공부를 잘해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판사로서도 흠이 없었고, 결혼도 잘했다. 정치적 출발도 비례대표로 시작해서 큰 어려움이 없었다. 직접 만나보면 나 전 의원은 성품도 반듯하고 모범생 이미지가 강하다.
문제는 이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사람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대체로 굴곡있는 가정사에 한 맺힌 인생사를 가지고 있거나, 만약 없으면 억지로 만들어 내는 데, 나 전의원은 그런 스토리가 없을 뿐더러, 설사 만들어낸다고 해도 사람들은 아마 믿지 않을 것이다. 장애가 있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조차 사람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지금 나 전 의원을 둘러싼 많은 추문과 의혹들은 대부분 팩트에 기반을 두었다기 보다는 그저 감정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나 전 의원에 대한 흠집 내기를 즐기는 듯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아직도 우리 나라에는 여성 정치인에 대해 뿌리 깊은 편견과 터무니없는 공격성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 나 전의원이 한 발을 앞으로 내딛을 때마다 그런 터무니없는 모욕과 비난 속에서 분노와 절망을 느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차라리 모든 것을 내려놓고 부잣집 사모님으로 행복하게 (?) 살고 싶은 스스로의 욕망과 끊임없이 싸워야 할 것이다. 어쨌든 정치인으로 성공하려면 나 전 의원은 상대격인 사람들이 그렇듯이 매우 거칠고 잔인한 자세를 빨리 익혀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까지 해서 정치인으로 성공하는 것이 나 전 의원의 개인적인 가치관과 맞을지는 의문이다.
과연 지금 나 전의원은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고 싶다고 생각할까? 분명히 나 전 의원은 보기보다 씩씩하고 정치적 판단도 꽤 잘한다. 만약 나 전 의원이 정치인으로 거칠게 사는 가시밭길을 택한다면, 지금 족쇄처럼 채워진 공주 이미지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아니 본인의 반듯한 성격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 지 잘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