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사에는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었던 분수령이 되는 사건들이 있다. 그 중에서 근대 서양사의 흐름을 바꾼 두 가지 사건을 들라고 하면 아마도 학자들은 미국의 독립 (1776)과 프랑스 대혁명 (1789-1799) 을 꼽을 것이다. 이 두 사건은 서로 다른 이유와 배경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직접적인 발단이 세금에 있다는 점이 서로 같다. 미국 독립 전쟁은 영국이 식민지 미국에 차세 (tea tax)를 부과하겠다고 하여 시작되었고 프랑스 대혁명은 루이 16세가 세금을 더 부과하겠다고 하자 순종적이던 국민들조차 들고 일어난 것이다.
두 사건의 결과 구 체제 (ancient regime)가 무너지고 근대 시민 사회가 이루어졌다. 그래서 미국이 독립한 후 제정한 헌법을 보면 아예 헌법 조항 (제 5차 헌법 수정, 수정 헌법 제 5조)에 “taking” 에 대한 조항을 넣어서 정부가 개인의 재산을 빼앗지 못하도록 명시했다. 여기에서 “taking“이란 박탈이라고 해석되지만, 정부에 의한 징발, 압수 뿐만이 아니라 세금과 일시적 이용까지도 모두 말하는 것이다.
이런 논리에 따라 미국에서는 지나친 세금이나 법적 근거 없는 세금은 “국민의 재산을 정부가 빼앗아 가는 (take) 것”이므로 헌법에 반하는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해서 시민에게 저항권을 준 것이다. 입법부를 장악한 정부가 증세를 하려고 할 때 국민들은 직접 총을 들지 않는 한 사법부의 판단에 의지해서 맞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18세기 유럽과 미국에서는 실제로 사법부의 견제조차 없었기 때문에 결국 프랑스 혁명과 미국 독립 전쟁이 일어났다. 하루가 다르게 조세 부담이 늘어가는 현대에 문득 역사적 사례를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