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자: 라이너 마리아 릴케 “가을날”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가을이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놓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무르익게 하시어

마지막 단맛이 진한 포도주 속에 스며들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홀로인 사람은 이후에도 오래 홀로 지내면서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불안해하며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나뭇잎들이 흩날릴때

Herbsttag
Rainer Maria Rilke

Herr, es ist zeit! Der Sommer war sehr groβ
Leg deinen Schatten auf die Sonnenubren,
Und auf den Fluren laβ die Winde los.

Befiehl den letzten Fruchten, voll zu sein,
Gib ihnen noch zwei südlichere Tage,
Dränge sie zur Vollendung hin und jage
Die letzte Süβe in den schweren Wein.

Wer jetzt kein Hans hat, bant sich keines mehr
Wer jetzt allein ist, wird es lange bleiben,
Wird wachen, lesen, lange Briefe schreiben
Und wird in den Alleen hin und her
Unruhig wandern, wenn die Blätter treiben.


제1차 세계 대전의 끔찍한 현실을 본 릴케는 한 동안 시쓰기를 그만 두었다. 그렇다. 전쟁은 많은 시인들의 마음을 무너뜨린다. 시인의 감성을 가진 사람은 잔인한 전쟁의 폭력을 견디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다행히 이 시는 전쟁 전인 1902년에 쓰여졌다고 한다. 그저 편안해 보이는 시골의 모습 어디에도 다가오는 전쟁의 조짐은 없다.

이 시를 보면 27살 청년이었던 릴케는 마치 40대 중년의 감성을 가진 사람처럼 보인다. 사실 다가오는 노년에 대한 조급함은 청년이 느끼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그는 역시 천재였나보다. 그가 애인에게 주려고 꽃을 꺾다가 장미 가시에 찔려 죽었다는 소문조차 꽤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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