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속의 축제: 피터르 브뤼헐 “농부의 결혼식”

Pieter Bruegel the Elder,
Pieter Bruegel the Elder, "Peasant Wedding" (1567)

16세기 유럽의 결혼식은 어땠을까요? 오늘은 16세기 유럽 시골 농촌의 결혼식을 보러 가시지요. 피터르 브뤼헐 (Pieter Bruegel the Elder)이 그린 “농부의 결혼식(Peasant Wedding)”입니다. 이 때는 먹을 것이 부족했던 때라 검소와 절약이 중요한 사회의 덕목이었습니다. 교회는 과식이 지옥으로 가는 7가지 죄악중 하나라고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이 때는 인터넷, 영화, 라디오, 잡지, 이런 것들이 없던 때인데다가 보통 사람들은 글을 읽을 줄 몰랐기 때문에 책을 읽지도 못했지요. 농부들은 먹는 것 외에 별로 낙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축제나 결혼식에는 그 핑계로 사람들이 많이 먹고 즐겼다고 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결혼식은 평생 한 번 있는 잔치이므로 형편만 된다면 사람들을 불러다가 떠들썩하게 하고 싶은 것이 보통 사람 마음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가난한 유럽의 시골에서는 그렇게 화려한 결혼식은 할 수 없으므로 그저 신부님을 모셔다가 주례를 부탁하고 마을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이 그림은 바로 그 당시 결혼식 피로연을 그린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보입니다. 사람들은 별로 말도 하지 않고 열심히 먹기만 합니다. 큰 소리로 건배를 하는 사람도 없고 춤을 추는 사람도 없고 심지어 웃는 사람 하나 없는 이상한 결혼식입니다.

그렇다면 오늘의 주인공 신부는 어디에 있을까요? 신부는 탁자 중앙에 앉아 있습니다. 신부의 뒤에는 짙은 녹색의 사각형 장막이 벽에 드리워져 신부가 앉은 자리가 상석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신부 머리 위에 부분에는 관 같은 것이 그려져 있군요. 신부는 머리에 동그란 머리 장식을 쓰고 있는데 길게 늘어뜨린 긴머리이군요. 신부는 두 손을 맞잡고 가만히 앉아있습니다. 신부는 아무런 표정없이 입을 꾹 다물고 눈을 감고 있는 듯합니다. 신부의 양쪽 볼이 빨갛게 상기되어 있는데 긴장한 탓일까요? 수줍은 것일까요 아니면 벌써 축하주를 몇 잔 받아 마신 것일까요?

신부 오른 편에는 흰 두건을 쓴 부인과 하얀 수염의 남자가 보이는 데 아마 친정 부모님들이겠지요. 신부도 그렇지만 신부 부모님들은 아무 것도 먹지 않습니다. 특히 신부 어머니는 뭔가 그림의 왼쪽을 보고 있습니다. 그림의 왼쪽은 이 헛간의 입구인데 거기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습니다. 없는 살림에 딸을 시집보내느라고 돈을 많이 쓰니 몰려오는 하객들이 신경쓰이겠지요.

가난하게 살아가던 이 당시의 농민들에게는 매일 매일이 단조롭고 힘든 날들이었습니다. 결혼식 하루 만이라도 즐겁게 보내야 할텐데 이 그림은 어쩐지 전체적으로 너무 어둡고 우울하네요. 신랑 신부가 행복하게 살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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