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장개석 (蔣介石)총통이 세상을 떠난 것은 1975년 4월 5일이었다. 그 때 우리나라는 대만을 “자유 중국“이라고 부르고 지금의 중국 정부를 “중공 (中共)“이라고 불렀다. 그 말은 “중국”은 대만이고 “중공“은 중국 대륙을 불법 점령하고 있는 공산 비적 쯤으로 취급했다는 뜻이다.
당시에 대만은 한국의 든든한 우방이었고 특히 장 총통은 한국의 적극적 후원자였으므로 그의 죽음은 한국에도 커다란 슬픔이었다. 그 때, 동네에 조그만 중국 음식점이 있었다. 주인 가족은 중국인 (華僑)들이지만 어찌나 한국말을 잘 하고 붙임성이 있는지, 우리는 사실 그들이 중국 사람들이라는 것을 자주 잊고 사이좋게 지냈다.
그런데 바로 그날 저녁, 중국 음식점 주인 아주머니가 눈이 퉁퉁 부은 얼굴로 가게에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아주머니는 장 총통의 서거 소식을 듣고 엄청 울었다고 한다. 늘 악착스럽게 살면서 싸움 잘하고 소리소리 잘 지르던 아주머니가 그렇게 불쌍하게 보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 날 그 중국인 아주머니의 슬픈 얼굴은 그 후로도 가끔 무겁게 내 마음을 눌렀다.
지금은 1980년대이후 수정 주의 역사의 영향으로 우리 나라에서 장개석 총통은 “무능하고, 괴팍하고, 부패하고, 비겁한” 지도자로 알려져 있는 듯 하다. 그 분에 대한 역사적 판단이라는 복잡한 문제를 떠나 나는 그 분이 어려운 시절 독립 운동을 하던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잘해주었던 분으로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