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련시에 갇혀 있는 우리 문화재

해외에 있는 한국 문화재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한국의 문화재는 일본에도 많지만 중국에도 많다. 그 많은 문화재들이 어떻게 중국에 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중국 곳곳에 있는 박물관에 가면 우리 문화재가 있다.

우리 문화재는 대체로 같은 종류의 중국 것과는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중국 대련시에 있는 박물관에서 발견한 고려시대 대종은 무척 안타까왔다. 이 종은 높이가 무려 2.2 미터, 직경 1.35미터의 거대한 종으로 원나라 양식으로 제조되어 종의 겉면에 빽빽히 글자가 씌여져 있다.한 눈에 보아도 대단한 정성이 들어간 종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귀한 문화재이다. 그런 귀한 문화재가 중국의 변방에 있는 박물관 입구에서 저렇게 있으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게다가 중국측의 설명에 따르면 이 종은 1346년에 제조되었는데 일제 강점기 동안인 1906년에 중국으로 반출되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이 종에 대한 기록조차 찾기 어렵다. 도대체 이 거대한 종은 어떻게 중국으로 반출될 수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중국 박물관은 이 종에 대해 “조선에서 제조되었다”고 표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1346년은 고려 충목왕때 이다. 조선은 그 후 50여 년이 지나 1392년에 건국했다. 중국에도 박물관의 전문가들이 있을 텐데 기본적으로 귀한 유물의 시대 표기조차 잘못된 듯하다.

어쩌면 중국인들은 고려나 조선이나 그런 명칭의 구분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만약 우리가 당나라 유물을 청나라 유물이라고 표기하고 나서 당나라나 청나라나 뭐 다 같은 중국 아니냐고 말한다면 어떨까? 게다가 만약 중국인들이 고려나 조선이 다 같은 한반도 국가라고 보아 “조선”이란 말을 썼다면 왜 한국이 아니고 하필 조선일까? 중국에서는 한반도 전체를 지칭할 때 “조선”이란 표현을 쓰는 모양이다. 못된 일본인들이 우리를 비하하기 위해 조선인 (조센징) 이라고 부를 때의 기분을 다시 느꼈다. 다음에 중국 대련에 갈 때에는 머나먼 땅에 버려진 우리의 종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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