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다. 이로써 아웅산 수키 (Aung San Suu Kyi)가 이끌던 집권 민주주의민족동맹 (NLD) 정권이 무너졌다. 모처럼의 민간 정부가 무너지고 다시 군부 통치가 시작된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이와 더불어 유독 군부 통치가 계속되는 미얀마의 특수한 상황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미얀마는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지 끊임없이 인권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아웅산 수키의 정권도 로힝야족에 대한 끔찍한 인종 청소로 국제적인 비판을 받아 왔다. 물론 정권의 실세인 군부가 저지른 일이라고는 하지만 미얀마 국민 중 다수는 이런 인권 탄압을 지지하거나 모른 체해왔다.
구조적으로 보면 미얀마가 100 여 개 가 넘는 민족으로 이루어진 것이 이 모든 불행의 씨앗인 듯하다. 미얀마의 다수 민족은 끊임없이 소수 민족들을 인종 청소하려는 시도를 그만두고 그들의 독립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미얀마는 지난 세기 동안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인종 청소의 끔찍한 반복을 거듭해왔다. 지금은 희생자 역을 맡고 있는 로힝야족도 과거에는 가해자 역을 맡아 다른 부족을 숱하게 죽였던 부족이다.
우리는 동남아에서 평화 공존의 개념이 자리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민주주의의 역사가 짧은 동남아에서는 상대의 절멸과 가혹한 응징이 훨씬 더 상식적인 생활 양식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동남아에서 민주주의가 자리 잡기 까지 앞으로 더 많은 희생과 쿠데타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