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읽기 : 고된 하루의 날들 – 에드가 드가 “압셍트”

L'Absinthe, 1876, oil on canvas, by Edgar Degas
L'Absinthe, 1876, oil on canvas, by Edgar Degas

프랑스 인상파의 수수께끼 작가 에드가 드가 (Edgar Degas, 1834-1917) 는 꽤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났는데  변호사가 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최고 명문 대학인 파리 대학 법학부에 입학했습니다. 이제 그에게는 변호사로서 편히 먹고 살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결국 그림에 대한 열정을  속이지 못하고 화가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는 평생 혼자 살면서 주로 여자들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그의 그림속 여자들은  대체로 실내에 가만히 앉아있는 전문 모델이 아니라 일상 생활 속의  보통 사람들 이었습니다. 그는 인생의 후반부에는  친구도 없이 외로웠고 결국 생의 마지막에는 거의 앞을 보지 못하게 되어 파리 거리를 헤메다 쓸쓸히 죽었습니다.

그가 왜 자기 나름의  그림에 집착했는지, 그는 왜 당시로서는 매우 드물게  결혼하지 않았는지 이런 의문에 대해  우리는 오직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다른 화가들과는 달리 일반 사람들의 솔직한 모습을 그리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름답거나  장엄한 그림들에 익숙해진 부자나 귀족들에게 이처럼 서민적인 드가의 그림은 잘 팔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림 속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사이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림의 왼쪽 테이블에는 자리가 비어있는데, 왜 여자는 남자 곁에 바짝 붙어있는 것일까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지금 두 사람은 하루의 고된 일을 하고 술집 구석에 그야말로 멍하니 앉아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입고 있는 옷이 남루한 것으로 보아 이 두 사람은 힘들게 사는 서민으로 보입니다.

지금 여자의 앞에 있는 유리잔에는 밝은 색 술이 가득 담겨져 있는데, 이 술이 바로 압셍트라는 술입니다. 이 술은 값이 싸고 독해서 그 당시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꽤 인기가 있었다는 군요. 그런데 이런 인기에 편승하여 불순물을 넣은 밀주가 나돌았고, 이를 마신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병이 들어 결국 한 동안 판매 금지가 된 술입니다. 그림 속 여자는 이 독한 술을 안주도 없이 가득 부어 마시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빈 속은 아닌지, 저녁 밥은 먹었는지 걱정이군요. 이 여자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 까요? 아픈 부모? 바닥난 현금? 내일까지 내야 할 집세? 글쎄요. 무거운 삶의 무게가 그녀의 어깨를 움츠러들게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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