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은 19세기 낭만파의 거장 제리코가 그린 “메두사호의 뗏목” 이다. 흔히 이 작품을 낭만파 작가인 제리코의 대표작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이 그림은 별로 낭만적이지 않다. 이 그림은 1816년에 프랑스 해군 소속의 메두사라는 이름의 거대한 배가 서아프리카의 모리타니아 근처에서 좌초한 뒤 침몰한 사실에 근거해서 그린 것이다. 그 당시 배 안에 비치된 구명정은 250명 정도만 태울 수 있었지만 배 안에는 모두 400 명이 넘는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고 한다. 갑자기 침몰하는 배 안의 혼란 속에서 선장을 포함한 147명이 구명정을 타고 탈출했지만 배 안에는 겨우 빵 한 자루, 물 두통, 와인 몇 통만이 있었다고 한다. 얼마 안되는 식량은 며칠 만에 동이 나고 구명정을 탄 사람들은 굶주림과 갈증과 싸우면서 햇볕이 강렬하게 내려쬐는 아프리카 근처 바다를 표류했다.
그렇게 표류를 시작한 지 13일이 지났을 무렵에는 구출된 사람들은 대부분 굶주림과 갈증을 못 이겨 사망하고 15명이 살아남았다. 이렇게 아무런 기약도 없는 망망대해를 떠돌던 배 안에서는 광증을 보이는 사람, 비관하여 우는 사람, 마구 화를 내는 사람, 저주하고 울부짖는 사람,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구출을 기다리는 사람 등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 동안 지나가는 배가 간혹 발견되었지만 아무리 소리쳐 불러도 그냥 지나쳐버렸다.
기대와 희망이 점차 절망으로 바뀌면서 사람들은 점차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식량이 떨어지고 오랫동안 굶주리자 생존자들은 심지어 시신을 훼손하여 인육을 먹는 일까지 일어났다. 이제 생존자들 중 누가 봐도 종말이 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기적이 일어났다. 마침 지나가는 배가 이들을 발견한 것이다. 제리코의 그림은 바로 이 순간을 절묘하게 그렸다.
이 처럼 승객과 선원등 모두 400여명이 희생된 끔찍한 해양 참사가 있은 뒤 물론 사람들은 철저한 진상 조사를 요구했을 것이다. 프랑스 정부가 나중에 조사해보니 메두사호는 선장의 운전 미숙으로 침몰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 메두사호의 선장은 정치적인 힘이 좋았다고 하는 데 그 탓인지 승객보다 먼저 배를 버린 죄로 기소되었지만 고작 3년 동안 복역하고 풀려났다. 하지만 선원중 상당수는 구명정을 타지 않고 승객들의 대피를 도운 뒤 배와 같이 운명을 같이 했다. 지금부터 100 년 전이지만 프랑스에서는 양심적인 선원들도 많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림 속 이 사람들은 배를 타고 위험한 바다를 건너 먼 아프리카로 가려고 했을까? 서구 중심의 서양 미술사에서는 이 질문에 대해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이 때 프랑스는 서아프리카에 식민지를 만드는 중이었다. 식민지에서는 프랑스인들이 흑인들을 잡아다가 노예로 팔기도 했고, 현지에서 강제로 일을 시켜 많은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에 많은 프랑스 사람들이 아프리카에 가고 싶어 했다. 그러니 일제 강점기 동안 식민지의 백성으로 온갖 수모를 겪은 우리가 보기에는 이 그림 속 사람들이 별로 불쌍하게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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