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한국인의 연인 윤정희씨 이야기

특별수사본부 기생 김소산
특별수사본부 기생 김소산

60년대와 70년를 풍미했던 배우 윤정희씨를 둘러싸고 가족들과 친척들 사이에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윤정희씨는 우리 나라에 아까운 뛰어난 배우였다. 살인적인 노동 강도로 마치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쉴 새없이 영화가 쏟아지던 그 당시에도 배우 윤정희씨의 놀라운 연기력은 매번  관객들을 스크린의 세계로 끌어 당겼다.

윤정희 씨가 결혼과 함께 은퇴하기 전에 마지막 작품으로 기억하는 것은 1973년  영화 “특별수사본부 기생 김소산”이다. 이 영화는 해방 공간에서 공산당의 간첩으로 서울에서 활동한 실제 인물 “김소산”을 다룬 영화이다. 김소산에 대해 많은 이설과 이야기가 있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가 그 당시에 이화 전문대 (지금의 이화여대)를 나왔을 정도로 부잣집 딸이었고 공부도 잘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같은 시기에 활동한 간첩 김수임과 김소산은 여러 가지 면에서 비슷하다. 그 둘 다 간첩 혐의로 체포되어 사형 선고를 받고 처형되었다. 

뒷 날 사람들은 그 둘이 남로당의 미남계에 넘어가 사랑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적 행위를 한 것처럼 말하지만 그렇게 보는 것은 어쩌면 여자들은 사랑을 위해 뭐든지 하는 단순한 인간이라는 것을 믿는 남자들의 환타지가 만든 것일지 모른다. 당시에는 많은 인텔리들이 사회주의를 선택했다. 그런데 같은 인텔리라도 남자들이 좌익을 선택하는 이유는 신념이고 여자들의 이유는 사랑이라는 이분법은 지나치게 편협해 보인다.

knight and day
knight and day

윤정희씨는 이 영화에서 사랑에 미쳐 모든 것을 희생하는 순진한 여자의 역할을 너무나 디테일하게 잘 나타냈다. 윤정희씨가 그렇게 청순가련형 여인의 역할을 해야 했던 이유는 관객들이 그런 설명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미녀 삼총사” “나잇앤데이”등 영화로 한창 인기를 끌던 배우 카메론 디아즈 (Cameron Diaz)는  더 이상 멍청한 금발미녀 (dumb blonde) 역할을 하기 싫다며 헐리우드를 떠났다.

지금 미국에서 이처럼 성차별이 심하다면 40여 년전 한국의 영화계는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그 와중에서 명연기를 펼친 윤정희씨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볼 수만 있다면 영화 “특별수사본부 기생 김소산”에서 윤정희씨의 명 연기를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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