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의 땅그림이 전하는 노동 쟁의 이야기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그림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그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길거리에는 땅바닥에 그려진 유명한 추모 그림이 있다. 보통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지만 사실 이 그림은 1934년 부두 노동자 파업 사건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그림이다. 

1934년 7월 5일에 샌프란시스코의 항만 노동자들이 근로 조건 개선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벌였다. 파업은 84일이나 계속되었다. 경찰은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기 위해 시위 노동자들에게 발포하여 여러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이 날은 이른바 “피의 목요일 (Bloody Thursday)”라고 부르는 7월 5일이었다. 그 날 하워드 스페리 (Howard Sperry)와 니콜라스 보더스 (Nick Bordoise)가 경찰이 쏜 총에 맞고 죽었다. 그들이 희생되자 노동자들은 매우 흥분해서 그 다음날 수 천 명의 시위대가 마켓 스트리트를 꽉 메우고 행진했고, 뒤 이어 총파업이 결의되었다. 

그 사건이 일어난 지 벌써 90여 년이 지났지만, 오늘도 그들의 죽음을 기리는 그림에는 “경찰이 죽였다 (Police Murder)” 란 말이 크게 써 붙여 있다. 이 그림은 오늘날도 그 사건이 일어난 장소인 미션 거리와 스튜어트 거리의 교차점에 당당히 보존되어 있다.

사건이 일어난 지, 어언 80여 년, 사건이 일어났던  거리는 더 이상 변두리가 아니라 이제 번화가가 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아직도 이렇게 그림을 통해 희생자들을 추모한다는 것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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