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훔치기 – 꼭 돈 때문은 아니에요

페이르메르(Johannes Vermeer)의 “연애편지 (The Love Letter)”
페이르메르(Johannes Vermeer)의 “연애편지 (The Love Letter)”

미술품의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그에 따라 미술품의 도난 사건도 종종 일어난다. 보통 미술품을 훔치는 사람들은 돈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다. 현금이나 금괴는 부피가 많이 나가 탈취하기도 어렵고 또 보관도 어렵다. 하지만 작품 하나에 100 억 원씩하는 명화를 훔치는 것은 그보다 쉬울 수 있다. 현대에 들어와서 유독 미술품 절도가 성행하는 이유는 대개 이런 이유 때문 이리라. 그런데, 간혹 돈이 목적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미술품을 훔치는 사람들도 있다. 

1971년 9월 벨기에의 브뤼셀에서 전시 중이던 페이르메르(Johannes Vermeer)의 “연애편지 (The Love Letter)” 가 한 밤중에 전시장에 침입한 도둑에 의해 도난 당했다. 그런데 범인은 범행 후 지역 신문사에 전화하여 당시 세계적인 동정을 받던 동파키스탄의 난민들에게 2억 벨기에 프랑을 기부할 것을 요구했다. 범죄는 황당하지만 의도는 좋았던 것 같다.

주최 측과 경찰은 범인의 요구에 응하는 듯한 자세를 보이며 시간을 끌다가 결국 범인의 추적에 성공하였다. 엉뚱하게도 동파키스탄 난민의 참상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끌어 보려던 21세의 범인은 나중에 체포되었고 다행히 “연애편지”도 무사히 되찾았다.

페이르메르 (Johannes Vermeer)의 “편지쓰는 여인과 하녀 (Lady Writing a Letter with her Maid)”
페이르메르 (Johannes Vermeer)의 “편지쓰는 여인과 하녀 (Lady Writing a Letter with her Maid)”

1974년 2월에는 페이르메르 (Johannes Vermeer)편지 쓰는 여인과 하녀 (Lady Writing a Letter with her Maid)”가 영국 런던에서 도난 당했다. 이번에도 범인들은 그림을 되돌려주는 댓가로 돈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당시에 런던에서 자동차 폭탄 테러 혐의로 종신형을 받고 영국의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두 여성의 석방을 요구했다.

이들 여성들은 프라이스 자매 (Price Sisters)로 영국의 북아일랜드 지배에 무력 항쟁을 벌이던 아일랜드 공화국군 (IRA)의 일원이었다. 그들은 IRA 내에서도 강경파로 심지어 옥중에서도 장기 단식 투쟁 중이었다.

범인은 프라이스 자매의 석방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편지 쓰는 여인과 하녀”를 태워버릴 것이라고 재차 협박했다. 이 사건은 그림의 도난이 정치적인 이유로 인한 것이었기 때문에 전세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렇다면 당사자인 프라이스 자매의 입장은 어떠했을까? 그 들은 비록 목숨을 걸고 옥중 단식을 벌이던 중이었지만 자기들의 석방과 명작 그림을 연결하는 방법은 옳지 않다고 비판하였다. 

협박에도 불구하고 자매의 석방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나중에 그림은 안전하게 돌아왔다. 그럼 프라이스 자매들은? 그녀들도 1980년대 초반에 모두 석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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