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미국 경제는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사 놓기만 하면 매일 매일 주가가 오르니 주식을 사지 않는 것이 이상한 때였다. 당시 정부의 공식 입장은 물론 언론이나 심지어 학자들까지 미국 경제가 영원한 번영의 단계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심지어 이 때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피셔 교수조차도 이 때 미국 경제의 앞날은 밝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1920년대는 “roaring 20s”라고 부르는 데, 말하자면 미친듯이 날뛰던 시대였다는 뜻이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사회에는 온갖 상품이 넘쳐 났다. 여기저기에서 백만 장자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부를 과시하는 사회 풍조가 빠르게 번져나갔다. 곳곳에서 파티가 열렸는데, 이 당시에는 매우 빠르고 격렬한 춤이 유행이었다.

하지만 영원히 계속될 것 같던 호황은 1929년 10월 29일 갑자기 끝이 났다. 그러고 나서 길고 고통스러운 불황의 시기가 계속되었다.
2021년 2월 26일 코스피 시장이 폭락했다. 2일전 폭락했던 시장은 어제 급반등 하였지만 다시 3,000선 주변으로 폭락했다. 이 것은 어쩌면 지난 1년 이상 계속되어온 주식시장의 호황이 끝났다는 시그널일지 모른다. 이미 전문가들은 계속해서 종말의 시작을 예고해왔다.
우리는 한 편으로 가혹한 종말이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만약의 경우 주가가 대폭락을 한다면 어떻게 될 지 우려한다. 여기에서 대폭락이라면 코스피 주가가 지금의 1/3 이상 하락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게 되면 지난 한 해 동안 망가진 실물 경제로 인해 그 충격은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천문학적 규모의 가계부채가 증시에 투자되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주가 대폭락으로 일반 투자자들이 느낄 공포와 절망은 심각할 것이다. 문제는 그런 공포와 절망은 신용 불량, 경제 파국과 가정 파괴, 우울증과 자살과 같은 충격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터무니없는 공시와 언론 플레이로 투자자들을 기만해온 회사들일까? 아니면 증시가 장기적으로 호황일 것이라고 끊임없이 부추켜 온 증권 회사와 그 기관지들일까? 근거 없는 낙관으로 상황을 잘못 전달해온 이른바 전문가들일까? 아니면 증시 호황을 자랑하며 낙관론을 전파해온 정치인들일까? 물론 가장 큰 책임은 어리석은 투자자들이 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주가 대폭락의 어두운 전망이 현실이 되면 반드시 이런 자들의 책임도 같이 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