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면 그 시대를 알 수 있다. 2008년에 개봉한 헐리우드 전쟁 영화 “세인트 안나의 기적 (Miracle at St. Anna)”은 제2차 세계 대전 중 이탈리아에 투입된 미군들을 그린 영화이다.
이 영화를 처음 보고 꽤 놀랐다. 영화에서 미군 병사들은 계속 되는 전투 속에서도 로마시대 조각상의 머리 부분을 잘라 자루에 넣어 가지고 다니며, 결국 전쟁이 끝나자 이 조각품을 미국으로 가져간다. 위의 영화 포스터에도 잘 보면, 그물 망 속에 있는 조각상의 머리가 보인다. 사실 영화에서는 별 생각 없이 이렇게 나타냈지만 남의 나라 문화재를 반출하는 것은 국제적인 범죄이다.
한 편, 한동안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온라인 게임중에 “메달 오브 아너 (Medal of Honor)” 가 있다. 미국에서 제작된 이 게임 시리즈는 제 2차 세계 대전을 소재로 하는 전쟁 게임이다.
그 중 2007년에 출시된 게임은 이탈리아 전투를 다루었는데, 놀라운 것은 미군 병사들이나 미군 폭격기들이 적을 공격하기 위해 고대 로마의 유적으로 보이는 건축물들을 파괴하거나 심지어 마구 폭격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아무리 게임이고 아무리 전쟁중이지만, 오래된 유적지를 이렇게 파괴하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미군은 1944년 2월에 1,000 년 이상 된 “몬테카시노” 수도원에 독일군 부대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으로 수도원을 폭격하여 이를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물론 신대륙 미국에는 고대나 중세의 역사가 없으므로 일반 미군 병사들은 수 백 년 또는 수 천 년 동안 전해오는 유물이나 유적의 의미를 잘 알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미국에는 250 년 이상된 건물이나 유물이 없으므로 미국의 박물관은 외국에서 온 유물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김영환 장군의 이야기가 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8월, 공군 조종사였던 김영환 장군은 공비 소탕을 위해 공비들의 집결지로 의심되는 경남 합천의 해인사를 폭격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폭격하기를 거부해서 마침내 소중한 국보인 해인사의 장경판전(국보 제52호)과 고려 대장경판(팔만대장경, 국보 제 32호)이 온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무리 전쟁 중이라도 해서는 안되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오래된 유물이나 유적은 비록 외국의 것이라도 인류 공동의 자산이라고 생각하고 보존해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 미국은 전쟁이 끝나고 몬테카시노 수도원을 멋지게 새로 지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