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서 외국에 사는 것은 어쩌면 남들보다 무거운 짐 하나를 더 지고 사는 것과 같다. 평소에는 잊고 살다 가도 한 번 씩 인종적 갈등을 겪게 되면, 그 때 비로소 이 나라가 남의 나라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한 마디 씩 던지는 말이 무척 거슬린다.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 (Go back to your country)” “너희 사람들 (you people)” 이런 말을 넘어서 눈을 찢거나 “칭총”이라고 쓴 영수증을 받는다 든가 하는 일들은 무척 불쾌하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인들에 대한 분노와 차별이 심해지고 있다. 3월 2일자 로스앤젤레스 타임즈는 ” 오렌지 카운티의 아시아계 미국인 가족이 고통을 받자 이웃들이 지켜주고 있다 ( An Asian American family in O.C. was being harassed. Now their neighbors stand guard)”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문제를 다루었다. 이 기사는 중국계 가족이 겪는 인종차별과 신체적 위협에 대해 쓰고 있다.
사실 모든 백인이 미국인이 아니듯이 모든 아시아인들은 중국인이 아니다. 아니, 우리는 중국과 완전히 다르다. 문제는 서양인들이 중국인과 다른 아시아인들을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인이나 일본인들 조차 이런 인종 차별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서양에 사는 한국인들이나 일본인들은 억울하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저렇게 굉폭하고 거친 자세를 고집하는 이상, 중국인들이 서양인들로부터 증오와 멸시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서양인들이 대체로 사회적 규범을 잘 지키는 것에 익숙한 반면, 소농민 (pettty peasant) 멘탈리티에 익숙한 중국인들은 편법과 일탈에 익숙한 것이 이 모든 갈등의 근본이라는 시각이 있다.
과거 한국인들과 일본인들도 그런 문제들이 있었다. 그래도 한국인들과 일본인들은 그동안 국제 규범에 따라 열심히 살아왔다. 그 결과 지금 미국에서 아시아인들은 “모범적인 소수 민족 (model minority)”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하지만 현재 악화되고 있는 서구 사회와 중국과의 갈등은 오랫동안 개선해온 아시아인들의 이미지를 다시 절벽으로 내몰고 있다.
미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아웃사이더였던 아시안 커뮤니티가, 점차 주류 사회의 경계인 수준으로 접근했다가, 다시 사회의 주변으로 밀려나는 것을 보는 마음은 매우 착잡하다.
(참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즈 기사): https://www.latimes.com/california/story/2021-03-02/an-asian-american-family-in-o-c-was-being-harassed-now-their-neighbors-stand-gu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