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렬 총장의 갑작스러운 사퇴가 아쉬운 이유

윤석열 검찰 총장이 3월 4일 검찰 총장직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윤총장의 사퇴는 현재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정부 여당의 검찰 개혁 방향에 대한, 반대 의사의 표시이다. 이로써 검찰 총장이 정치적 이유로 임기를 143일이나 남긴 채로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이번 사태는 이 나라에서 그동안 진행되어온 사법 코메디의 절정을 보여준다.  이 나라의 사법 체제가 법이나 원칙을 무시하고, 권력층의 뜻대로 국가의 공권력을 정치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은 이미 친숙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토록 견마지로를 다해온 검찰이 그 주인 노릇을 해온 권력에 의해 토사구팽 당하는 것을 보는 것은 매우 낯설다.

정부 여당은 이참에 검찰의 권력을 나누어 여러 유사 사정 기관을 만들려고 하는 듯하다. 어쩌면 동구권에서 보던 “국가공안위원회”같은 것도 나올지 모르겠다. 하지만 시스템을 아무리 바꾸어도 사람이 늘 문제이다. 정부 여당이 이번에 만드는 여러 기관들이 나중에라도 만약 여권의 말을 듣지 않을 때, 그때는 또 다시 권력 기관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다.

지금까지 검찰은 폭풍처럼 몰아닥치는 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오늘의 파국을 맞이했다. 늘 그렇듯이 검찰은 “설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보면, 검찰 조직이 너무나 환경 변화에 무지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갑작스러운 총장의 사퇴는 분명히 충격적이지만, 검찰의 독립성이나 권위를 지키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검찰로서는 개인의 거취 보다는 근본적인 조직의 대책이 필요했다. 그런 면에서 검찰의 위기 상황에서 윤총장이 갑작스럽게 사퇴한 것은, 검찰로 봐서는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오히려 문제의 확산일 뿐 일것이다. 

그동안 검찰이 너무나 문제가 많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여권이 추진하는 개혁은 더 많은 문제를 낳을 것이다. 무릇 권력층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기 마련이지만, 지금의 권력층은 그야말로 무엇이라도 할 기세이다. 그 것이 아무리 말이 안되고 더러운 일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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