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수스의 삐뚤어진 시선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있을까?

닥터 수스의 책
닥터 수스의 책

한국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닥터 수스 (Dr. Seuss)”는 미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책이다. 그 이유는 미국의 모든 어린이들이 처음 글을 배울 때 닥터 수스의 책으로 배우기 때문이다.

닥터 수스의 책이 1937년에 처음 발간된 이후 60여 종이 나왔는데 모두 합쳐 7억 권이 팔렸다. 아마 어린이책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고 한다. 그의 대표작인  “녹색 달걀과 햄 (Green Eggs and Ham)” 하나만 해도 작년 한 해에 무려 338,000부가 판매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책들의 내용이, 과거의 기준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더라도 최근의 기준에 비추어보면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가령 동양인을 “찢어진 눈”을 가진 사람들로 묘사한 것 (“And to Think That I Saw It on Mulberry Street”)이나, 흑인들을 풀로 만든 치마를 입고 맨 발로 뛰어 다니게 그린 것(“If I Ran the Zoo”) 들이 이번에 문제가 된 표현이다.

그가 남긴 권리를 관리하는 “닥터 수스 엔터프라이즈”는 3월 3일 인종 차별적 표현을 이유로, 6종의 도서를 더 이상 발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전역의 도서관에서는 문제가 된 닥터 수스의 책들을 계속 공개해야 하는지의 여부에 대해,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 그런 책들을 공립 도서관에서 치우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를 들어, 책에 대한 “탄압”을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히틀러가 독일에서 집권했을 때, 군중들이 수 많은 ” 사상적으로 불건전한” 책들을 불태웠던 사건을 지적하면 사상과 표현에 대한 제약은 성급하게 이루어져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나치의 책 불태우기
나치의 책 불태우기

저자인 닥터 수스의 본명은 시어도어 수스 가이젤 (Theodor Seuss Geisel)인데 그는 독일 이민자의 후손이었다. 그의 어린 시절에 제1차 세계대전이 터져, 그는 학교에서 미국의 적이었던 독일계란 이유로 많은 놀림과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

그는 나름 미국 내 소수 민족의 고통을 잘 알고 있었을 텐 데도, 자기 책에서는 흑인이나 아시아인들에 대해 차별적인 표현을 여러 번 사용했다. 그러고 보면 역시 누구라도 시대의 일반적인 분위기는 어쩔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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