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으로 살기가 힘든 것은 선진국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지난 3월 3일 영국에서는 겨우 34살의 여성 새러 에버라드씨 (Ms. Sarah Everard)가 불행히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다. 에버라드씨의 잘못이란 고작 밤 9시에 그녀가 집 밖으로 걸어갔다는 것 뿐이었다.
이 사건은 신사의 나라라는 영국에서, 그 것도 수도 런던에서 조차, 여성이 밤길을 편히 돌아다닐 수 없다는 슬픈 현실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범인은 현직 경찰이라고 한다.
영국인들은 그동안 사우디 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국가에서, 여성들이 남자 동반자 없이 혼자서 외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야만적”이라고 비난해왔다. 하지만 적어도 중동에서는 혼자 다니는 여성이 살해되지는 않을 것이니, 어쩌면 여성들이 살기에는 영국보다 사우디가 더 안전할 지도 모르겠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여성들, 어린이들,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은 늘 강자들의 이익에 희생되어 왔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과거에는 여성들의 기본권을 무시하거나 제한하고, 심지어 마치 재산처럼 여성들을 사고파는 짓조차 “전통”이란 이름으로 합리화해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6년 이른바 “강남역 살인 사건”으로 이 사회가 얼마나 여성이 살기에 위험한 곳인지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미국이 독립한 후 무려 154년이 지난, 1920년 에서야 비로서 미국의 여성들은 투표권을 얻었다. 1920년으로부터 100년이 지났어도 아직도 미국에서 여성은 그저 제 2급 시민일 뿐이다. 하물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여성에 대한 사회적 억압과 편견, 학대와 폭력이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 되고 있다.
얼마나 더 많은 여성들이 희생되어야 이 사회는 여성에 대한 제도적 폭력을 방지할 수 있을까? 여성의 권리 보호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영국의 수준까지도 이르지 못한 이 나라에서, 애버라드씨의 비극적 죽음을 보는 우리는 참으로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