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해서든 유명해지기 : 마리솔 에스코바 “여성과 개”

Marisol Escobar
Marisol Escobar " Women and Dog" (1964)

오래전 미국의 미술 전시회에서 놀라운 작품을 보았습니다. 미국의 팝아트 작가인 마리솔 에스코바 (Marisol Escobar)의 “여성들과 개 (Women and Dog)“였지요. 작가의 독특한 표현 방식이야 잘 알려져 있지만, 설마 진짜 개를 작품의 소재로 썼을 줄은 몰랐습니다.

Marisol Escobar " Women and Dog" (1964)
Marisol Escobar ” Women and Dog” (1964)

그런데 이것은 작가가 실제 개의 머리를 잘라 사용한 것입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면 아마 동물보호단체 등에서 엄청난 항의를 했을 것입니다. 마리솔은 이 개가 자기가 아끼던 애견인데 영원히 기억하고 싶어서 그렇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사랑하는 개를 기억하는 방법이 좀 유별난 것 같군요.

작가 마리솔은 원래 좀 독특한 작가입니다. 작가의 어머니는 작가가 11살 때 자살했고 아버지는 어린 마리솔을 멀리 기숙 학교로 보냈다고 합니다. 작가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오랫동안 실어증과 정신병에 시달려서, 학교에서도 또 일상생활에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작가로 데뷔한 이후에도 작가는 끔찍하고 독특한 소재와 스토리텔링으로 센세이셔널한 풍문과 온갖 소문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작가가 주장한 이런 이야기는 모두 사실일까요? 글쎄요. 마리솔은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살다가 뒤늦게 뉴욕으로 왔습니다. 그 때는 (지금도 그렇겠지만) 백인 남자 중심의 뉴욕 미술계에서 남미 출신의 여자 작가가 주목을 받으려면 무엇인가 이상하고 독특한 방식과 스토리가 있어야 했습니다.

이는 어쩌면 1960년대 뉴욕 미술계에게 우리나라의 백남준 선생이나 일본 출신의 오노 요코여사가 온갖 기이한 행동을 계속한 이유와 같습니다. 솔직히 보자면, 나름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었겠지요. 이 작품은 그런 숨겨진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감상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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