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정치인들에게 배우는 한국식 위기 관리 전략

위기 관리 기술
위기 관리 기술

우리나라에서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잃은 지는 한참 되지만, 근래에는 거의 코메디에 가까운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연일 터지는 집권 세력의 스캔들에 대처하는 그들의 위기 관리 방식에는 다음과 같이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정부 여당은 이 방법이 현재 국민 수준으로 볼 때, 위기 관리 전략으로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1) 만약 문제가 터지면, 일단 부인한다. 터무니없는 중상 모략이라고 개탄하며,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탓한다. 당사자가 기자회견을 하여 절대로 그런 일이 없었다고 강력하게 부인한다. “가짜 뉴스”에 현혹되지 말라고 국민들에게 훈계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2) 사태가 점점 커지면, 내용의 진위는 둘째 치고, 메세지를 전달하는 측을 공격한다. 주로 집권 세력들이 추진하는 정책의 발목을 잡기 위한 “토착 왜구” 또는 “적폐 세력”의 방해 공작이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일종의 프레임을 씌움으로서, 재야의 “민주 세력”에게 신호를 보낸다. 이 신호를 받은 시민 단체와 여권 방계 조직들은 모두 일제히 메신저를 공격한다. 이 때, 포털 뉴스와 댓글을 도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권 지지자들의 공세가 심할 수록 일반 국민들은 혼란스럽게 된다. 

(3) 그 후, 혹시 사건과 관련되어 증거가 나오면, 증거가 조작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런 다음 증거를 공개한 사람들을 모두 형사 고소한다. 그리고 증거가 나올 때까지 무조건 잘못을 부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증거가 나오면, 깜짝 놀라면서, 그동안 전혀 몰랐던 일이라고 주장한다. 동료들은 물론, 가족들도 심지어 본인도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 신기하게 온 진영 전체가 집단적으로 기억 상실증에 걸리게 된다.

(4) 하지만 문제가 더 커지면, 자신들의 행동이 “도의적으로 문제가 될 수는 있으나” 법적으로는 절대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전 보수 정권의 비슷한 사례를 찾아 그것으로 반격한다. 이른바 ‘물귀신 작전’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절대로 자기 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사법적 판결이 날 때까지 아무도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후의 과정을 보면, 사법적 판결은 대체로 알아서 여당에게 유리하게 나온다. 하지만 혹시라도 불리한 판결이 나더라도 모두 다 “적폐 세력의 음모” 라고 몰아 붙이고, 그래서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사법 개혁이 필요하다고 되받아친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여론도 잠잠해질 것을 알고 있으므로, 끝까지 잡아 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5) 만약 도저히 반박할 수 없는 불리한 증거가 나오면, 그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을 좀스럽고 민망하다고 말하면서, 사건 자체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혹은, 사건에 관련된 사람 중, 누군 가가 갑자기 자살한다. 그리고는 사건이 묻히도록, 새로운 사건을 기다린다.

지금까지 정부 여당이 위기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이렇게 대응하는 것을 보면 분명 우리나라에서 이런 방식의 위기 관리 전략은 상당히 효과가 있는 듯하다. 물론 경영학에서 이런 위기 관리론 (Risk Management)을 체계적으로 다루지만, 그런 이론들은 대체로 서구의 기업 사례들 위주이므로 우리나라의 실정에는 잘 맞지 않을 수 있다. 그에 비해 위와 같은 대응 매뉴얼은, 앞으로 위기에 직면하는 우리나라 기업이나 개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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