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속에서 돋보인 오세훈 후보의 인품

1996년 미국 대선은 현직 대통령 빌 클린턴 (Bill Clinton)과 공화당 밥 도울 (Bob Dole)의 대결이었다. 빌 클린턴을 증오하던 공화당은 클린턴을 맹렬히 공격했지만, 사실 경제가 좋아서 딱히 비난할 거리가 없었다. 그래서 공화당은 “가족의 가치 (famly value)”를 그해 선거의 테마로 삼았다.

아직 르윈스키 스캔들이 터지기 전이지만, 빌 클린턴의 여성 문제가 복잡하다는 것은 워싱턴에서는 누구나 나는 사실이었다. 이미 폴라 존스를 비홋한 여러 여성들이 클린턴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폭로했고, 거기에 아직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더하면, 클린턴의 “부도덕한” 면은 공화당에게 좋은 선거 이슈였다. 클린턴에 비하면 공화당 후보 밥 도울은 점잖고 부드러운 사람이었으므로 미국인들에게  전통적인 보수적인 가치로 어필할 수 있었다.

그래서 공화당은 선거 내내 “가족의 가치”를 내세우며, 빌 클린턴의 사생활을 공격했다. 말하자면 도덕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클린턴은 결코 미국의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 번 선거에서 패배했던 공화당은 집요하고 거칠게 클린턴의 인성을 집중 공격했다. 이에 대해 클린턴은 이런 개인적 공격은 대체로 무시하고 주로 정책에 집중했다. 공화당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선은 클린턴의 완승으로 끝났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고 놀라운 사실이 폭로되었다. 공화당 후보 밥 도울에게 사생아가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클린턴이 이미 오래전부터 그런 정보를 알고 있었지만, 선거 기간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기를 바람둥이라고 헐뜯고 비난하던 밥 도울 후보가 사실은 혼외정사로 낳은 아이를 숨겨왔다는 것이 얼마나 클린턴 진영에 좋은 뉴스였을까? 하지만 클린턴은 격렬한 선거 기간 내내 이 중요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가 만약 이 이야기를 터뜨렸다면, 선거는 하나 마나 클린턴의 대승으로 끝났을 것이다.  

클린턴은 많은 문제가 있는 사람이었고, 그의 정책에는 잘못된 것이 많았지만, 그래도 그는 대인배였다. 그 것 하나 만으로도 그 후로는 사람들이 클린턴의 인간성은 비난하기가 어려워졌다. 

 3월 29일, 서울 시장 보궐 선거 후보자들의 제1차 토론이 있었다. 토론 중 양측은 날선 비난을 주고 받았다. 특히 민주당의 박후보는 오세훈 후보에게 이른바 내곡동 땅에 대해 거세게 몰아붙였다. 토론 중에는 오세훈 후보가 이 땅 문제로 수세에 몰리는 듯 보인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오세훈 후보는 박후보의 일본 고급 아파트 문제를 전혀 꺼내지 않았다. 현재, 개인적 아킬레스건을 꼽자면 박후보는 일본에 사둔 아파트이고 오후보는 내곡동인 듯하다. 그런데 왜 오세훈 후보는 상대방의 가장 큰 약점을 공격하지 않았을까?

지금 죽기 살기로 덤비면서, 승리를 위해서 라면 무엇이든 다 하는 이 살벌한 한국의 정치판에서, 첫 토론회에서 본 오세훈 후보의 마음 씀씀이가 그저 놀랍기만 했다. 어제 우리가 본 오세훈씨의 자세는 정말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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