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울과 부산의 시장 보궐선거에서 놀라운 점은 박영선 후보나 김영춘 후보가 모두 친문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치열한 선거전 도중에 친문이 이들 후보들의 등 뒤에서 칼을 꽂는 이상한 일도 일어났다. 가령 선거 도중 서울에서는 임종석이 성추행으로 자살한 박원순을 비호하는 발언을 하는 가하면 부산에서는 친문 의원이 “부산 시민은 한심스럽다”고 말해 일부러 논란을 만들었다.
사실, 박영선, 김영춘 이외에도 지금 민주당에서 대선 후보로 선두에 선 이재명도, 그 뒤에서 조용히 사라져가는 이낙연도 모두 친문이 아니다. 말하자면 친문은 다음 대선에 후보가 없는 형편이다. 자기쪽 진영에 시장 후보도 없고 대선 후보도 없다는 것은 친문이 뭐라고 변명하든, 그들의 정치적 미래는 이미 정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친문 세력은 그동안 기세등등했지만, 지금은 친문 후보로는 어떤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이제 민주당 내에서도 알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다음 정권에서 문재인씨의 운명도 예상 가능하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누가 되든, 그는 국민에게 인기없는 친문과 결별하고, 독자적인 입장을 표명할 것이다. 친문은 틀림없이 이에 분개하고 공격하겠지만, 민심이 친문을 버렸다는 것을 정치판에서는 이번 4월 선거로 깨닫게 되었다.
대통령 선거가 불과 1년 남은 지금, 친문은 어떻게 해서든지 자파 후보를 앞세우고 싶겠지만, 3 퍼센트의 지지율도 나오지 않는 친문의 후보들을 내세워서는 아무런 승산이 없다. 만약 친문이 그럼에도 당내의 기반을 바탕으로 당내 선두 주자 이재명을 주저 앉히고 다른 친문 후보를 옹립하려고 한다면, 민주당에 분당 사태가 벌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과거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아도, 오만한 친문은 이제 와서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재명에게 비굴하게 머리를 숙이지 못할 것이다. 그러기엔 그들은 이미 너무 멀리 와 있다.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그들의 잘못된 과거가 길고 긴 악몽처럼 드러날 것이다.

어차피 이재명이 당선되어도 친문의 몰락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그러기에 친문은 더욱 필사적이다. 노무현 학습 효과를 통해, 그들은 권력을 잃으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더욱 소리 높이고 아우성을 치면서 점차 다가오는 몰락을 애써 부정하려 할 수록, 친문의 몰락은 더욱 쓰라리게 다가올 것이다. 정치란 역시 재미있다. Auf Wiedersehen, Führer 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