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아프간 철수가 불러올 비극

아프간 병사들
아프간 병사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월 14일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9·11 테러 20년을 맞는 오는 9월 11일까지 완전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001년 이슬람 무장 단체 알카에다가 일으킨 9·11 테러에 대응해 미국이 시작한 아프간 전쟁이 20년 만에 끝날 모양이다.

그동안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하면서 무려 2,488명의 미군 장병이 희생되었고 미국은 총 2조 달러의 전쟁 비용을 썼다. 이날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철군 후에도 아프간 정부군을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이는 마치 베트남 전쟁의 데자뷰같다. 미국은 지난 1973년 남베트남 정부의 결사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베트남과 파리 평화 협정을 맺고 남베트남에서 철군하였다. 그때 미국 정부는 남베트남 정부를 계속 지원하며 북베트남이 도발할 경우 “즉시 돌아와서” 남베트남 정부를 도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런데 미군이 철수하고 불과 2년뒤 북베트남 군이 총공세를 펼치자 남베트남 군은 궤멸 위기에 처했다. 남베트남 정부는 애타게 미군의 개입을 애걸했지만, 미군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1975년 4월 30일, 남베트남 수도 사이공이 함락되고 남베트남 정부는 많은 사람의 통곡 속에 무너졌다.

지금 아프간에서 미군이 철수하면 곧 탈레반이 돌아올 것이다. 남베트남 정부가 그렇게 무너졌 듯이, 자생력이 없는 카불의 민주 정부는 곧 전복되고, 아프간에는 강경 이슬람 노선의 탈레반이 20년 만에 다시 권력을 잡을 것이 뻔하다.

베트남에서 미군이 철수하자 남베트남 정부가 무너지고 수 십만의 국민들이 학살되고 해외로 떠돌았듯이, 이제 아프간에는 돌아오는 탈레반에 의해 끔찍한 숙청과 학살이 자행될 것이다. 그렇게 되어도 물론 미군은 아프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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