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우울증 : 에르바르트 뭉크의 “절규”

Edvard Munch
Edvard Munch "The Scream" (1893)

경기 불황에 코로나까지.. 어쩐지 우리 사회 전체가 푹 꺼져 있는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곳곳에서 사고도 많고 범죄도 많다. 사람들은 조그만 일에도 화를 내고 짜증을 낸다. 게다가 자살도 많고,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는 안타까운 죽음도 많다. 

특히 그 중에는 이해할 수 없는 죽음도 있다. 사람들은 오전까지 다른 사람들과 웃고 이야기하고 야한 농담을 하고 건강에 좋지 않다고 담배를 사양한다. . 그리고는 오후에 혼자 생을 마감한다. 어젯밤까지 친구들과 자동차 할부금 문제를 의논하고 건강을 생각하여 밤 운동을 하고, 살이 찔까 봐 야식을 먹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갑자기 새벽에 세상을 떠난다.

다른 사람들이 당사자의 속사정을 어떻게 잘 알 수 있으랴. 어쩌면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사막을 하나 씩 품고 있나 보다. ​에르바르트 뭉크 (Edvard Munch)의 “절규(The Scream)“는 그런 절박한 심정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가끔 여럿이서 길을 가다가 갑자기 나만 울컥하고 눈물이 나거나,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을 정도로 힘이 빠지기도 하고 그저 막막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갑자기 하늘이 마구 흔들리는 것 같고 숨이 막혀 비명을 지르고 싶기도 하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런 마음의 바탕에는 결국 이 세상에는 나 혼자라는 지독한 고독감이 깔려있을 것이다.

이처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이유 중 하나는 우울증이다. 우울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웃고 노래하고 농담하지만 마음속에는 아무에게 말하지 못하는 슬픔이 가득하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색하지 않다가 결국 더 이상 견디지 못하면. 그때 그 사람은 무거운 옷을 벗듯 홀연히 이 세상을 떠난다.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지만, 이 꽉 막힌 마음을 털어놓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뭉크는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자주 우울증을 호소했다. 남들 보기에는 유복하게 자라고 평생 넉넉하게 살았던 그가 왜 그 당시 사회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독신을 고집하고 고립된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없다.

그가 사실은 그 당시 박해받던 동성애자였는지, 어린 시절에 끔찍한 일을 겪었는지, 아니면  다른 비밀들이 있었는지 이제는 알 수 없다. 어쨌든 뭉크는 혼자만의 무거운 짐을 평생 지고 산 듯하다.

서양 미술사에서는 그가 어릴 때 어머니와 누이가 죽은 것이 평생 큰 상처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일은 흔한 일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아픔을 딛고 평범하게 살아갔다.

보통 사람들은 그런 일을 겪어도 평범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뭉크가 평생을 우울하게 살았다면 그가 유독 그런 문제에 민감했든지,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평생에 걸쳐 뭉크를 괴롭힌 진짜 이유는 역사 속에서 묻혀버렸고, 우리는 지금 뭉크의 우울증에 따른 결과 만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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