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인간은 이성적이라는 점이 감정적인 동물과 크게 다른 점이라고 한다. 동물들이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데 비해 인간은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 수십만 년 전 유인원 시기에는 인간도 동물처럼 감정의 지배를 크게 받았지만, 이후 점차 인간은 감정보다 이성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렇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믿어온 이른바 “이성적 인간 이론”은 이제 점차 실제와는 맞지 않는 듯하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인류는 다시 감정적이고 비논리적인 요소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의 가상 화폐 시장을 보면 그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가상 화폐에 아무런 내재 가치가 없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가상 화폐 가격은 매일처럼 급상승과 급하락의 연속이다. 가상 화폐의 가격 결정도, 마치 주식 시장에서의 주가 결정 이론과 같이, 시장 참여자들의 가치 판단에 근거해서 결정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결정 과정에서 이른바 “순자산 가치”라든가 “미래 수익의 현재 할인률”따위의 고전적인 논리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가상 화폐 투자자들은 마치 고대에 기우제를 지내던 고대 부락민들처럼 조그만 것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며 자신의 판단 근거로 삼는다. 이들 투자자들이 무지했던 부락민들이라면, 일론 머스크 (Elon Musk)는 그들을 이끄는 일종의 샤먼이다. 샤먼의 한 마디, 눈짓 하나, 동작 하나에 부락민들이 크게 영향을 받던 고대 원시인 공동체가 21세기에 세계 금융 시장에서 재현되고 있다.
21세기가 이른바 집단 지성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어디로 갔는가? 지금 우리에게는 집단 지성의 시대가 아니라, 집단 광기의 시대가 기다리고 있다. 언젠가 그 날이 오면, 가상 화폐의 가치가 현재의 1/100 아니 1/10,000 이하로 폭락하는 그날이 오면, 광기에 찬 사람들은 흥분한 나머지 주술사를 제물로 삼으려 할 것이다.
지금 머스크씨는 엄청난 부와 명성을 만끽하고 있지만, 그도 잘못하면 추수감사절의 칠면조 신세가 될 수 있다. 주인이 칠면조를 잘 먹이고 잘 키우는 것은 추수감사절에 식탁에 올리기 위함이다. 프랑스혁명 기간 동안, 광기 어린 군중의 선두에 서서 주먹을 불끈 쥐고 죽창을 휘드르던 로비에스피에르 (Robespierre)도 마라 (Marrat)도, 나중에는 자신들이 선동했던 그 군중에 의해 권좌에서 끌려 내려와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조심하여야 한다. 광기의 시대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