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ke News – 믿으면 바보] 증세는 없다? 정치인의 거짓말

증세가 없다고 약속하는 부시씨
증세가 없다고 약속하는 부시씨

미국 대통령 선거전이 시작되던 1988년, 당시 공화당 후보 조지 부시 (George H.W. Bush)씨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전국의 시청자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저를 믿으십시요, 새로운 세금은 없습니다(Read my lips, no new taxes)” 이 말은 곧 전국적인 화제 거리가 되었다.

그동안 반대 진영에서는 부시씨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틀림없이 세금을 올릴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는 그가 그동안 약속한 공약들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대규모 증세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지금이나 그 때나 세금을 올린다는 것에 병적인 혐오감을 가지고 있는 터라, 공화당내에서 조지 부시씨와 경선을 벌이던 후보들은 모두 이점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이에 맞서 부시씨는 증세 없이도 자기의 공약들을 실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고, 결국 그는 공화당의 당내 경선에서 승리했다.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지명을 수락하는 연설에서 그는 미국 국민들을 향해 다시 한 번 약속했다. 절대로 증세는 없을 것이라고. 이 덕분에 그의 지지도는 15% 이상 급등했고 부시씨는 이 말을 대선 기간중 여러 번 써먹었다. 

하지만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증세는 곧 현실이 되었다. 소득세율이 최고 28%에서 31%로 오른 것을 시작으로 여러 종목의 세율이 올랐다. 부시씨는 이런 증세를 모두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의 탓으로 돌리려고 했지만, 그가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했다는 사실은 그의 지지도에 큰 타격이 되었다.

그 다음 1992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빌 클린턴 (Bill Clinton)씨는 부시씨의 연설 부분을 짜집기 해서 부시씨를 공격하는 TV광고에 효과적으로 써먹었다. (참조: 빌 클린턴씨의 광고:  https://www.youtube.com/watch?v=vnUv7y4U2T0 )

다시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현직 대통령 부시씨는 물론 이런 비난에 필사적으로 대응했지만, 그의 거짓말에 실망한 국민은 그를 재선시켜주지 않았다. 거짓말의 결과는 냉정했다.

그래도 생각해보니 미국에서는 거짓말을 하는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떨어지니 다행이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거짓말을 너무나 뻔뻔스럽게 하는 데 아주 익숙해있는 듯하고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그런 거짓말을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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