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퇴직 이후 살아가기, 쉽지 않다. 그나마 꼬박꼬박 월급을 가져다주던 남편이 퇴직하면 당장 고정 수입이 없어진다. 하지만 남은 인생은 길다. 그런데 퇴직 후 긴 인생에도 단계가 있으니 그 단계별로 맞추어 노후를 생각해야 한다.
먼저, 퇴직 직후의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아직 국민연금이 나오려면 몇 년 기다려야 한다. 그러니 퇴직금이나 그동안 모아 놓은 돈을 까먹으며 살게 된다. 제일 좋은 것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지만, 그렇게 마음 편히 살 수는 없다. 매달 줄어드는 잔고를 보면 마음이 급해진다. 그러자 남편이 뭔 가를 벌인다고 한다. 그 주변머리로 보아, 보나 마나 큰돈을 날리는 것이지만 어쩌랴. 그래도 하겠다는 데, 적어도 자기는 남들과 달라서 잘할 자신이 있다고 우기는 것을. 다행이 남편이 취직을 하면 아이들이 다 클 때까지 몇 년 동안은 큰 걱정없이 이 시기를 넘길 수 있다.
다음 단계는 몇 년이 지나 국민연금이 나오기 시작하는 때이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주는 것은 이제 일하지 말라는 뜻이리라. 아니면 일하고 싶어도 써줄 곳이 없다는 뜻인가? 다행히 이때쯤에는 아이들도 다 커서 집을 나갔으므로 빈 집에 두 사람밖에 없으니 돈들 곳은 별로 많지 않다. 조금 남은 돈이 있으므로 연금하고 합쳐서 있는 돈 아껴 쓰면 어느새 늙어버린 남편이 굳이 힘들게 아파트 경비나 대리운전을 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먹고는 살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단지 병원비가 좀 부담스럽다. (참고:슬기로운 은퇴 생활은 가능할까? )
하지만 다음 단계가 진짜 문제다. 남편의 퇴직 이후 살아가기 마지막 단계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난 다음에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남겨 놓았던 목돈도 남편의 병원비로 다 써버리고, 이제 남은 돈이 별로 없다. 아이들이 좀 도와주면 좋으련만 지 들 살기도 빠듯한데, 손 벌리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이 나이에 다시 일터로 나가기도 그렇고. 게다가 몸이 점점 아파온다. 허리가, 무릎이, 어깨가 내 기대를 배반하고 제 혼자 쉬겠다고 난리다. 이때가 어쩌면 남편의 퇴직 이후 살아가기 가장 힘든 때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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