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I통신은 6월 17일자 보도에서 일본 올림픽 기념관이 손기정 선수를 “일본인”으로 표기한 것을 지적하였다. UPI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당시 일제 통치하에 있던 한국인은 일장기를 달고 참가할 수 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손기정 선수도 “손 기테이”란 일본식 이름으로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UPI 보도) 바야흐로 일본의 손기정 뻔뻔한 훔치기 작태가 가관이다.
그러면서 UPI는 국제 올림픽 위원회 (IOC)가 손기정 선수를 일본선수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손기정 선수 자신도 금메달을 딴 다음 “슬프다 (sorrowful)”라고 심경을 나타낸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당시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였으므로 손기정 선수는 일본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렇다면 일본은 왜 한국처럼 일본의 식민지였던 대만인들에 대해서는 그들이 일본인이었다고 주장하지 못하는가? 설마 중국의 눈치가 보여 그런 것은 아니겠지? 영국은 수백 년 통치한 인도에서 일어난 사건을 영국 국내 사건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독일은 제2차 세계 대전 때 비시 정부로부터 “합법적으로 양도받은” 프랑스 북부의 직할 통치령에 대해 자기 나라의 영토였다고 주장하지 않으며, 그 당시 북부 프랑스인들이 나치 독일인이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도대체 일본은 어떤 국제법에 근거해 손기정 선수가 일본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일까? 일본은 전쟁 중 아시아 전체에 끌고 간 한국인들을 패전후 내버리고 도망쳤다. 일본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보상은 커녕 치료를 해주지 않아 수많은 한국인들이 고통 속에 죽어가도록 방치했다. 일본은 한국인들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징용된 한국 노동자들의 미지급 급여, 퇴직금, 사재 보상은 물론, 그들이 피땀흘려 저축한 예금과 각종 공채에 대해 지급을 거부했다. 일본은 전후 각종 사회보장 제도에서 재일 한국인들은 물론 한국인들을 제외했다.
일본의 이런 만행은 오로지 일제 강점기중 한국인들은 “외국인”이었다는 그들의 주장에 근거해 왔다. 만약 당시 한국인들을 외국인 취급을 하지 않았다면, 외국과의 협정 따위로 한국인들의 권리를 무시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가령 일본이 점령했던 사할린을 생각해보자. 패전 전에 그 곳에는 많은 일본인들이 살고 있었는데, 패전후 사할린은 소련의 영토가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일본인들이 남았다. 이들 일본인들은 패전 전에 일본 은행에 예금도 있었고, 연금도 받고 있었다. 그렇다면 러시아의 영토인 사할린에 남겨진 일본인들의 권리를 일본 정부가 소련 정부와의 협정으로 박탈할 수 있을까? 일본은 패전 전에는 일본과 한국은 동조근원이라고 주장하며 한민족 한 뿌리라고 말했다. 이른바 내선일체란 말도 “한국과 일본은 하나다”라는 뜻이다. 그렇게 주장하다, 막상 패전하자 갑자기 돌변해서 한국인들은 외국인이라고 차별하고 무시하더니 이제와서 손기정 선수는 일본인이라구?
일본은 간사한 말장난으로 책임을 피하지 말고 일제 강점기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분명한 답을 해야 할 것이다. 일제 강점기 동안 한국인들은 일본인이었나? 만약 일본이 보기에 그 당시 한국인들이 일본인이었다면, 일본은 지난 세월 동안 줄기차게 회피해온 각종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일본의 뻔뻔한 손기정 훔치기 는 일본의 이중적 태도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범죄 행위이다. 전쟁 배상 책임에 대해서는 외국인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손기정 선수의 영광에 대해서는 일본인의 영광이라고 말하는 그 뻔뻔스러움에 질릴 지경이다.
일본이 아직도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잘못을 반성하고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은 피해 당사자인 아시아인들을 위해서도, 그리고 일본인들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일본이 어쩌다가 이토록 수치를 모르는 중국 같은 나라가 되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