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9월 30일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국제올림픽 위원회 (IOC) 제 84차 총회에서 사마린치 IOC 위원장이 1988년 올림픽 개최지를 “쎄울(Seoul)” 이라고 발표하자, 한국 올림픽 유치단은 모두 일어나서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처럼 1988년 당시, 올림픽 유치는 국가의 영광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지금, 세계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올림픽의 몰락 이 시작된 것이다.
IOC는 1894년에 설립된 이후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국제 스포츠계의 공룡으로 커왔다. IOC의 회원국 숫자는 206개국 인데 이는 유엔 가입국보다 많은 숫자이다. IOC는 막강한 권력과 재산을 가졌기 때문에 그에 따른 부정 부패 스캔들도 많았다. 지난 199년에는 9명의 IOC 위원들이 부패 혐의로 자리에서 쫓겨나는 등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올림픽과 IOC의 독점적 권력은 굳건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는 난공불락으로 보이던 IOC에도 큰 상처를 주고 있다. 가령 도쿄 올림픽의 개최 여부를 놓고, IOC와 일본의 대립이 근래 큰 이슈가 되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개최국에 대규모 적자가 뻔한 올림픽 개최에 대한 국제적 인기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많은 도시들이 올림픽 개최를 위해 노력했었지만 지금은 그 상황이 달라졌다. 그리스의 아테테시는 11개 도시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2004년 하계 올림픽을 유치했지만, 그 바람에 엄청난 빚더미에 올라섰고 결국 그리스에는 곧 경제 위기가 닥쳐왔다. 아테네 올림픽은 많은 나라들에게 마치 찬물을 뒤집어 쓰는 것처럼, 올림픽 유치의 현실을 일깨워주었다.
그 이후 유치 희망 도시의 숫자는 점차 줄어 2008년 개최에는 10개 도시가, 2012년은 9개 도시, 2016년은 7개 도시만이 유치를 희망했고, 2020년 개최 예정이었던 올림픽에는 겨우 5개 도시만이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다.
IOC가 이번에 무슨 일이 있어도 도쿄 올림픽을 강행해야 한다고, 일본 정부를 압박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도쿄 올림픽이 열리지 못한다면 다음 올림픽 개최 신청에 나설 도시는 앞으로 더욱 줄어들 것이다. IOC내에서는, 지난 아테네 올림픽이 올림픽 몰락의 전조였다면, 자칫 이번 도쿄 올림픽은 올림픽의 장례식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
돌이켜보면 1984년 L.A.올림픽 이후, 올림픽과 IOC는 급속히 상업화되고 거대화되었다. 지금 IOC는 말하자면 스포츠 정신 따위와는 아무 관계없는 다국적 기업처럼 보인다.
IOC는 오랫동안 국가들 간의 경쟁심과 민족적 우월감을 먹이로, 올림픽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아왔다. 마찬가지로 각 나라들은 스포츠 정신 따위는 어디엔가 처박고 앞을 다투어 아마추어 스포츠 선수들에게 엄청난 상금을 주고, 병역을 면제해주고, 훈장을 수여하여 이 터무니없는 스포츠 경쟁을 부추켜 왔다.
하지만 그 화려했던 쇼의 시간이 가고 있다. 세계는 이미 어떤 나라가 아무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많이 따도 나라가 곧 망한다는 것을 소련과 동독의 예에서 잘 보았다. 올림픽의 금메달 숫자는 그저 숫자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이제 많은 사람들은 올림픽의 몰락, 아니 상업적 스포츠의 몰락을 환영한다. 사실 이런 식의 공장식 엘리트 스포츠 경연대회는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불과 40여년 전까지 올림픽에서 실제로 말해졌던 명언을 다시 듣게 될 것이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올림픽 슬로건은 이것이다. “올림픽 정신은 우승이 아니라 참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