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이라는 이름의 출판계 착취 구조

관행이라는 이름의 출판계 착취 구조
관행이라는 이름의 출판계 착취 구조 (이미지는 본문내용과 관계없음)

국내 오프라인 서점 3위인 반디앤루니스가 문을 닫는다. 반디앤루니스를 운영하는 서울문고는 지난 15일 만기인 어음을 상환하지 못해, 16일자로 부도처리됐다. 이에 따라 출판사들이 큰 곤란을 겪게 되었다. 그런데 출판계에는 마침 작가와 출판사간의 인세 분쟁이 또 터졌다. 그것은 바로 “90년생이 온다”를 쓴 임홍택 작가와 책을 펴낸 출판사 사이의  문제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갈등의 배후에는 관행이라는 이름의 출판계 착취 구조 라는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임 작가는 “지난 1월 경 인세 정산이 이상해서 직접 확인해본 결과 9만 7,000부 차이 나는 걸 확인했다”며 “2차 저작물인 네이버 오디오북의 경우 한 번도 정산 된 적이 없었고, 중국과 대만에서 발생한 수익금도 일부만 지급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출판사 측은 ‘오해’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회신한 후 “임 작가에게 종이책 인세누락분과 전자책 전송사용료, 네이버 오디오북 수익금 정산분 등을 포함한 1억6,684만원을 지급했다. 임 작가는 이외에도 전자책 ㅇㄴ세 문제를 지적했다. 이 건에 대해서는 아직 앞으로 법원의 판결이 남아있다.

서울문고의 부도로 출판사들은 꽤 많은 외상매출금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대형서점과 출판사 사이에는 갑을 관계가 존재한다. 책을 입고한 지 한 참 뒤에 대형 서점들이 어음으로 대금을 주거나 심지어 훼손된 책들을 반품해도 출판사는 이를 감수해야 한다.

반면에 출판사들은 인세 문제에서 작가에게 갑질을 하는 수가 많다. 매출이나 수입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 출판사는 “관행”이라고 우기고 대부분 작가들은 억울해도 참는다. 만약 작가가 어렵게 인세 정산이 잘못되었다는 증거를 확보해서 제시하면 출판사들은 “실수”였다고 주장한다.

요즘 코로나와 정년 퇴직 등으로 직장을 떠난 많은 사람들이 출판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아마 이들은 작가로서 제이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듯하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해방 이후 별로 바뀌지 않은 우리나라 출판계의 깊은 늪이다. 이 늪에서 출판사는 작가를 딛고 올라서고 서점은 또 출판사위에 있다. 작가는 종종 이 거대한 늪의 맨 아래에서 신음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지난 1980년대부터 지금 586 세대가 대거 출판업에 뛰어들었다.이들은 공정,평등,진리 어쩌구하는 아름다운 말들을 쏟아냈고, 우리나라 출판 시장에서 사회 과학 분야의 거대한 시장을만들었다.하지만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지금, 출판계를 장악한 586들은 어쩌면 이전 세대보다 더 나쁜 사장이 되어 버린 듯하다. 그들이 그렇게 치를 떨던 구체제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은 그만큼 그들이 기득권 계층이 되었다는 뜻이리라.

심지어 어떤 회사는 쥐꼬리만큼의 급여만을 주면서도 직원들에게 매일 야근을 시키고 (물론 수당은 없다) 대부분 작가들의 인세는 무조건 주지 않고 버티거나 현물로 준다. 노동법이나 근로 기준법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는 이런 회사가 출판하는 책들은 아이러니하게 정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책들이다. 서점들과 출판사들이 관행이라는 이름의 출판계 착취 구조 에 대해 애써 눈을 감고 있는 동안 점점 출판계 내부의 문제는 더 곪아가고 있다.

그러고보면 지금 독서 수요가 줄어서 출판계에 위기가 온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출판산업에서 인재를 키우지 않고 그저 이용하고 버리는 시스템이 정착된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그동안 직원과 작가들을 착취해 온 출판사들, 그리고 그런 출판사들에 갑질을 일삼아 온 서점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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