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연금의 진실은 횡재인가 강탈인가

주택연금의 진실은
주택연금의 진실은

“급등한 집값 때문에 전국이 시끌시끌하다. 집이 없는 이들은 점점 멀어지는 내 집 마련의 꿈에 절망하고, 집이 있는 이들은 또 그들대로 세금이 과도하다며 불만이다. 그런데 이런 혼란 속에서도 흐뭇하게 웃는 이들이 있다. 바로 집을 담보로 평생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 가입자들이다. 집값이 높을수록 받는 연금액도 많아져, 집값이 오를수록 주택연금 가입자들은 노후 생활비 마련이 한결 수월해진다… (관련 기사: KBS 뉴스)” 이처럼 주택연금을 들어야 한다는 기사가 갑자기 여기저기에서 쏟아 질때는 어쩐지 정부에서 무슨 지령이라도 내린 듯하다. 이런 기사들의 특징은 많은 매체가 같은 시기에 약속이나 한 듯이 비슷한 내용을 보도한다는 점과, 공정성을 기해야할 보도가 주택연금 제도의 단점에 대해서는 일체 말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택연금의 진실은 무엇일까?

여러 이야기할 것 없이 바로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현재 싯가 7억 원의 일반 주택을 가지고 있는 부부가 70세부터 주택연금을 받기로 했다고 보자. 주택연금을 담당하는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친절하게도 그 경우 부부는 둘 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매월 215만 원을 받는다고 가르쳐준다. (한국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

2020년 현재 우리나라 남자의 평균수명은 80.3 세이고 여자는 86.3세이다. 그러므로 남자보다 오래 생존하는 여자 기준으로 보면, 부부는 70세에 가입하여 16.3 년 동안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다. (남편은 가입 10년 만에 먼저 세상을 떠난다)

매월 215만 원이면 1년에 총 2,580만 원이고 16.3년이면 총 금액이 4억 2천만원 정도 된다. 그러므로 단순 계산하면 부부는 7억 원의 집을 4억 2천만 원에 넘겨주는 꼴이다. 게다가 만약 부부가 평균 수명보다 일찍 세상을 떠나면 더 큰 손해를 보게 된다.

이에 대해 한국주택금융공사는 부부 사망후 주택을 처분하여 남는 돈이 있으면, 유가족에게 준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 저것 빼면 얼마나 남을지는 솔직히 미지수이다. 게다가 유가족말고 부부의 입장에서 보면 7억 원의 집을 4억 2천에 넘기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게다가 이 계산에는 그동안 오르는 집값은 고려하지 않았다. (실제로는 16년의 기간이라면 아마 두 배 이상 집값이 오를 것이다) 또 여기에는 주택연금 가입시 드는 보증료와 같은 상당한 비용이나, 주택 소유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보험과 재산세등 각종 공과금은 계산하지도 않았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만약 이자 문제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주택연금은 시가의 60% (4억2천만 원 / 7억 원)밖에 주지 않는다. 그러니 어쩌면 그 것보다는 차라리 금융기관에 주택을 저당잡히고 시가의 80% 정도를 대출받는 편이 훨씬 나을지도 모른다. 물론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움켜쥐고 통제하니, 집이 있다고해도 대출을 받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만약 시가의 70%이상의 금액으로 장기 고정금리 대출을 받을 수만 있다면, 그 편이 주택연금이라는 이름의 부동산 대출 제도보다 더 유리할 수 있다.  

자, 그렇다면 주택연금의 진실은 무엇일까?  불효 자식들을 믿지 못해 주택연금을 노후 대책으로 생각하는 분들에게 드리는 말씀은, 이 것은 연금이 아니라 부동산 담보 대출 제도라는 것을 꼭 기억해야 된다는 것이다. 만약 그래도 굳이 주택연금을 들어야 한다면? 부디 평균 수명보다 오래 오래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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