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씨의 가톨릭 신앙, 성체성사는 그래도 안돼!

바이든씨의 가톨릭 신앙 (출처: Rijksmuseum)
Four canons with Sts Augustine and Jerome by an open grave, with the Visitation *oil on panel *88,7 × 104,3 cm *ca. 1500

미국 대통령 바이든 씨의 신앙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그는 가톨릭 신자이면서 공공연히 낙태를 지지한다. 하지만 로마 가톨릭은 낙태를 영아살해 (infantcide)” 라고 보기 때문에 낙태 행위를 분명히 반대한다. 그러나 워낙 낙태가 많은 미국에서 지금 미국 가톨릭교회는 낙태 문제를 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2019년에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성당은 당시에 전직 부통령이던 바이든 씨에게 성체 성사를 거부하여 큰 논란을 일으켰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플로렌스시에 있는 성 안토니오 성당의 로버트 머레이 신부는 자기 교회를 방문하여 미사에 참가한 바이든 씨에게 성체성사를 거부했다. 그는 나중에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기는 절대로 낙태 지지자들에게 성사를 해 줄 수 없다면서, 바이든 씨를 위해 기도는 하겠지만 그에게 신성한 성체성사를 줄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바이든 씨가 성사를 거부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에도 바이든 씨의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주의 주교 (Joseph Francis Martino)는 바이든씨의 낙태 지지 입장 때문에 그에게 성사를 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씨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은 2004년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존 케리에게 성사를 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낙태지지운동 (pro-choice)
낙태지지운동 (pro-choice)

이렇듯 미국에서 유독 민주당 후보들이 성당에서 수난을 당하는 이유는, 그들이 대체로 낙태와 동성애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톨릭은 매우 보수적인 종교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낙태를 지지하는 여러 시민 단체 (pro-choice) 들과 맞서서 꿋꿋하게 낙태 반대 운동 (pro-life)의 중심에 서온 조직이 바로 미국 가톨릭이다.

낙태반대운동 (pro-life)
낙태반대운동 (pro-life)

그러고 보면 같은 가톨릭이라도 한국과 미국은 사뭇 다르다. 한국에서 가톨릭은 “정의 구현 사제단”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으나, 매우 진보적인 색채를 가진다. 이론이 만들어진 남미에서도 이미 사라진 낡은 “해방 신학”이 우리나라 성당의 미사에서 종종 언급되는 것을 보면, 이 나라의 가톨릭은 종종 정치적으로 진보의 색깔을 노골적으로 나타낸다. 

그런데 원래 가톨릭은 낙태와 동성애에 반대해야 하는 것 아닐까? 낙태나 동성애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가톨릭은 공식적으로 낙태와 동성애를 규탄한다. (관련기사: BBC 보도) 그렇다면 바이든 씨처럼 종교의 교리를 선택적으로 믿는 것이 괜찮은 것일까? 가령 예수의 부활은 믿지만 삼위일체는 난센스라고 생각하거나, 예수가 구세주라는 것은 믿지만, 그가 동정녀에게서 나왔는다는 말은 웃기는 소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정말 가톨릭 신자일까? 바이든 씨는 분명히 낙태와 동성애를 지지한다. 그렇다면 그가 과연 자기 종교는 가톨릭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만약 교황이 낙태를 반대하는 강론을 해도, 미국의 신자들이 이를 무시한다면, 교황은 미국 가톨릭에서 어떤 종교적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지금 가톨릭은 미국과 유럽에서 지나치게 리버럴한 신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바이든 씨가 가톨릭 신자라면 적어도 교황 말은 듣는 것이 좋을 듯싶다. 솔직히 말해서 설마 교황(敎皇)을 교졸(敎卒)로 보는 것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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