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씨의 힘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무능력

조국씨의 힘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무능력
조국씨의 힘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무능력 (이미지는 조선일보 캡처)

6월 30일 전 법무부 장관 조국씨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성매매를 미끼로 금품을 훔친 절도단’ 기사에 자신과 딸의 삽화를 사용한 조선일보와 해당 기자, 편집책임자를 상대로 모두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접수했다고 한다. 조국씨가 미국에서도 LA조선일보를 상대로 1억 달러의 손해배상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관련보도 ) 이 사건은 조국씨의 힘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무능력 문제를 잘 보여주는 듯하다.

삽화를 잘못 사용한 것에 대한 조국씨의 분노가 알려지자 조선일보는 즉시 사과했지만 30일 지면에서 ‘독자 여러분들께 알려드립니다’를 통해 문 대통령과 조 전 장관 부녀, 독자들에게도 “이번 일을 계기로 독자들께 더 신뢰받는 언론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재차 사과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한 가지를 알게 되었다. 적어도 조국씨 정도는 되어야 조선일보의 사과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조선일보 뿐만이 아니라 주요 언론에서 오보를 내거나 배경 사진을 잘못 쓴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은 언론에 불만을 제기해도 묵살당하거나, 기껏해야 신문 귀퉁이에 조그맣게 정정 기사가 나는 것이 전부였다. 언론에 의해 피해를 입은 보통 사람들은 언론중재위원회에 가도 별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한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조국씨는 장관을 지냈고 무려 10억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또 미국에서 소송을 할 능력도 있으니, 조선일보도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조국씨가 보통 시민이었더라도, 조선일보가 저렇게 여러 번에 걸쳐 큰 기사로 사과문을 게시했을까? 보통 사람은 변호사를 선임할 돈이 없으며 더 나아가 국제 소송을 할 여력은 더욱 없다.

그러므로 이번 사건은 사법적 정의의 실현이라는 면에서 조국씨의 힘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무능력 이라는 개인의 능력 차이가 잘 드러나는 사건이다. 그러고 보면 정의의 실현도 일단 힘이 있어야 하는 모양이다. 이 다음에 언론사들이 보통 사람들에게 비슷한 실수를 할 때, 그 언론사들이 과연 조국씨에게 하듯이 여러 번 정중하게 사과를 할지 궁금하다.  

문득 1988년 인질극을 벌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절규하고 경찰 총에 맞아 죽은 고 지강헌씨가 생각난다. 그가 불공평한 세상을 원망하며 떠난 지 벌써 33년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과연 지강헌씨가 그토록 분노하던 법적 불평등 문제를 얼마나 해결했을까?

 

지강헌 사건을 다룬 영화 홀리데이
지강헌 사건을 다룬 영화 “홀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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