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4일 (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서프사이드에서 12층 아파트인 챔플린 타워가 무너지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고로 지금까지 12명이 사망하고 150여 명이 실종되었다. 지금 미국에서는 이번 사고의 실종자들과 희생자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노인도 아기도, 부녀자들도 갑자기 무너져버린 건물 밑에서 희생되었다. 실종자의 가족들은 지금도 사고 현장에서 좋은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잔해 더미 속에 있을지 모를 사람들이 생존할 수 있는 이른바 “골든 타임”이 지났으므로 생존자 구출의 희망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태의 처리 과정을 보면서 플로리다 참사의 처리가 한국의 경우와 다른 점 들이 많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무려 160여 명이 죽거나 실종된 이 엄청난 재난 현장에는 한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경찰과 수색 인력, 그리고 취재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 곳에서 볼 수 없는 것은 텐트촌, 대통령 그리고 장관들이다. 유가족들은 아무도 현장 주변에 텐트를 치고 숙식을 하지 않는다. 게다가 놀랍게도 유가족 중 아무도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지 않으며, 공무원들을 폭행하거나 TV 앞에서 울부짖지 않는다.
플로리다는 야당인 공화당의 아성이지만, 공화당은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거나 관련 부처 장관들의 해임을 촉구하지 않는다. 수도 워싱턴에는 유가족들이 시위를 하지 않으며 뉴욕의 중심지를 점거하여 텐트를 치지 않는다. 희생자들의 보상 문제는 전적으로 보험 회사와 유가족의 문제이지, 정부가 위로금이나 보상금을 주지 않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그 참상이 전국에 TV 와 인터넷을 통해 방영되고 있지만, 언론에서는 아무도 희생자 가족들을 돕기 위한 전국적 모금 운동을 하지 않는다.
플로리다 참사의 처리가 한국의 경우와 다른 점 들은 또 있다. 이 번 참사의 원인은 앞으로 조사를 통해 보다 확실해지겠지만, 서프사이드시가 건물 점검에 대해 일차적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유가족들은 왜 서프사이드 시청에 가서 시장의 멱살을 잡고 소리지르지 않는 것일까?
보통 이쯤 되면 유가족 협의회 대표가 기자회견을 해서 “이 번 사고는 인재 (人災)”라고 하며 정부를 비난해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또 전국에서 시민 단체들이 몰려와 수십 개의 텐트를 치고 유가족들과 함께 숙식을 해야 정상이다. 게다가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5일 째가 되었는데도 대통령 바이든씨가 사태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어 희생된 분들에 대해 눈물을 흘리기는커녕,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야당은 대통령이 그 시간 무엇을 했는지 10분 단위로 밝히라고 소리 지르지 않는다.
무려 160 여명이 희생된 플로리다 참사에는 이상하게 그런 일체의 소동이 없다. 참사의 규모 치고는 이 모든 과정이 너무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참 이상한 나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