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4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노영민씨는 보수 단체가 주도한 8ㆍ15 광화문 집회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을 촉발시켰다면서 “(집회 주동자는) 도둑놈이 아니고 살인자”라고 격하게 비판했다. 그가 어떠한 확증도 없이 보수 단체의 집회와 확진자 숫자의 증가를 연결하여 집회 주동자는 살인자라고 말해 큰 문제가 되었으나, 노영민씨는 아주 당당하게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그런데 지난 주 방역 위기 상황 속에서 민노총이 일 만여 명이 참가하는 집회를 강행한 직후인 6일, 방역당국과 부산시 등 각 지자체에 따르면 이날 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신규 확진자는 총 1006명이다. 신규 확진자 수가 1000명대를 기록한 것은 3차 대유행 정점(지난해 12월 25일, 1240명) 직후인 올해 1월 3일(발표일 기준 1월 4일·1020명) 이후 약 6개월, 정확히는 184일 만이다. 전날 같은 시간에 집계된 581명보다는 425명 많다.
11월 4일 노영민씨는 청와대에 대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허가되지 않았던 광복절 집회 만으로 확진자만 600명 이상이 나왔다”며 “불법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을 옹호하는 것인가, 어떻게 국회의원이 불법을 옹호하나”라고 오히려 야당 의원들을 신랄하게 비난한 바 있다. (참고기사)
그 당시 확진자 숫자가 겨우 600 명이었다면 지금은 1,000 명을 넘었다. 상황이 이런 데도 노영민씨는 왜 민노총 집회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인가? 진정 나라를 걱정하고 국민을 생각한다면 그가 말했던 “살인”을 막기 위해 누구보다 더 목소리를 높여 불법 집회였던 민노총 집회를 비난해야 할 것이 아닌가?
설마 그 때, 대통령 실장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달린 방역 문제까지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은 아니겠지? 아무리 우리나라 정치가 저질이라고 해도 설마 그렇게 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어쩌면, 지난 번과는 달리 이 번에 확진자 숫자가 급증한 것은 사실이 아니거나, 혹은 사실이더라도 민노총 집회 탓이 아니라는 확증이 있는 것이 아닐까?
그 것도 아니라면 그래서 이 번에 보고 싶다. 노영민씨와 지금의 대통령 실장이 지난 주 민노총 집회 주동자는 살인자라고 몰아 붙이는 것을. 어쩌면 그 때의 바이러스와 지금의 바이러스는 다른 것인가? 교회 모임의 바이러스와 노조 집회의 바이러스는 비록 같은 코로나 19 바이러스라도 위험도 면에서 상당히 다른 것인가? 2020년의 보수 단체 집회가 용서받을 수 없는 불륜이라면 지난 주 민노총 집회는 아름다운 로맨스였나? 노영민씨의 대답을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