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에 대한 표현의 자유, 그리고 “악마의 시”

종교에 대한 표현의 자유
종교에 대한 표현의 자유 (사진은 아라가시 히토시 교수)

인도 출신의 영국 소설가 살만 루시디 (Salman Rushdie) 씨의 책 “악마의 시 (The Satanic Verses)”가 최초로 영국에서 출간된 것은 1988년 9월 26일이었다. 이 책에 이슬람교에 대해 불경한 표현이 있다고 해서 1989년 2월 이란의 종교지도자 호메이니씨는 궐석으로 이루어진 종교 재판에서 루시디씨와 출판 관계자들에게 사형 (fatwa 파트와)을 언도했다. 이로써 전 세계 이슬람 교도들에게 루시디씨와 각국의 번역가들은 반드시 죽여야 할 타겟이 되었고 “악마의 시” 사건은 종교에 대한 표현의 자유 문제에 있어 중요한 사례가 되었다. 

놀라운 것은 유럽의 이슬람 지도자들조차 이란 정부의 황당한 살해 지령을을 비난하지 않고 오히려 침묵으로 동조했다는 점이다. 신변에 불안을 느낀 루시디씨는 영국 경찰의 신변 보호 속에 잠적했다. 이란 정부는 10년 쯤 지나서 1998년이 되자, “악마의 시”와 관련된 파트와를 지지하지 않는 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루시디에게 내린 파트와는 아직 공식적으로 철회되지 않았다.

그런데 루시디 사건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은 엉뚱하게도 일본의 이라가시 히토시 (五十嵐 一)교수였다. 이름만 보면 무슨 전국 시대 무사같은 이 사람은 사실 1980년대 아시아에서 가장 유명했던 중동 전문 학자였다.

그는 1991년에 살해될 때 명문 쯔쿠바 대학에서 이슬람 철학 등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의 잘못은 “악마의 시”를 감히 (?) 일본어로 번역해서 출간한 것이다. 당시 45살의 젊은 나이였던 그는 1991년 7월 12일 대학교의 엘리베이터 앞에서 칼로 난자된 채 발견되었다. 누군가가 퇴근하는 그를 기다렸다가, 그를 여러 번 찌르고  도주한 것으로 추측된다. 

강력 사건이 잘 일어나지 않던 1991년의 일본에서, 그 것도 대학교 안에서 이런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자 일본 사회는 발칵 뒤집어졌다. 곧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되었지만 범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수사 결과 방글라데시 유학생이 용의자로 지목되었으나, 중동 국가들과의 외교 문제를 걱정한 일본 정부가 이를 은폐했다고 주장한다. (참고 기사: 「悪魔の詩」を訳し惨殺された大学助教授、自分の死を予言?意外な犯人の噂【未解決事件ファイル】)

광신적인 이슬람 테러범에 의해 저명한 교수가 명문 대학교 안에서 살해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게다가 정부는 외국 눈치보느라 범인을 놓아주는 이런 일이 있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일본 정부는 진짜 한심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오늘 7월 12일은 이라가시 교수가 어처구니 없이 살해된 지 30년이 되는 날이며 또 학자의 생명과 종교에 대한 표현의 자유 문제가 정치적으로 매장당한 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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