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전쟁의 희생자,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사람들

언어 전쟁의 희생자
언어 전쟁의 희생자 (이미지: 마지막 수업 표지)

세상에는 황당하게 잘 못 알려진 소설이 많지만, 그 중에서 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가 쓴 “마지막 수업”은 현실 왜곡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프랑스가 독일에 빼앗긴 알자스 로렌 지역 초등학교의 이야기이다. 소설에서 주인공 프란츠는 왜 더 이상 프랑스어 수업을 하지 못하는지 모르지만, 어른들은 그 이유를 다 알고 있다. 소설은 프랑스가 보불전쟁에 져서, 알자스 로렌 지역의 프랑스 말까지 잃어버리는 마을 사람들의 슬픈 이야기이다. 말하자면 마을 사람들은 프랑스와 독일 사이 언어 전쟁의 희생자 인 셈이다. 

하지만 진실은 소설과 다르다. 이 땅은 원래 독일 땅이고 사람들도 모두 독일어를 썼는데 잠시 프랑스가 점령했다가 다시 독일이 되찾았다. 그러므로 그 마을 사람들은 프랑스어를 빼앗긴 게 아니라 사실 독일어를 되찾은 것이다. 프랑스가 이를 억울해 하는 것은 마치 광복 후 한반도에서 학교에서 일본어를 더 이상 가르치지 않게 되자, 일본인들이 이를 억울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일본인들이 우리 말을 없애려고 한 것처럼, 언어는 민족의 동질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우크라이나 정부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어를 없애려고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2017년부터 모든 학교에서 러시아어를 가르치지 못하게 하였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금년 1월 16일부터 모든 서비스 업종에서 우크라이나 말만 쓰도록 되었다.  

우크라이나에서 우크라이나말을 쓰도록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우크라이나는 오랫동안 소비에트 연방에 속해 있었으므로 지난 100여 년 동안 러시아어가 공용어였다. 또 소련 체제에서 많은 러시아 사람들이 우크라이나로 이주하여 지금은 전체 인구 4천만 명 중 17%가 러시아어를 쓰는 러시아계 주민들이다.

그런데 이들 러시아계 주민들은 이제 자기들의 말을 쓸 수 없게 되어, 그 불편과 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다행히(?) 러시아가 바로 옆에 있어서, 러시아계 주민들은 러시아로 이주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수 세대 동안 우크라이나에 살아온 사람들이 갑자기 러시아로 이주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우크라이나의 탈러시아 정책에 대해, 러시아는 러시아어 말살 정책을 중단하라고 우크라이나에게 으르렁거린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이미 크리미아 반도에서 러시아와 사실상 전쟁 중이므로, 러시아의 말을 들을 리가 없다. 자기 국민의 17%를 적으로 돌려야 하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입장도 어렵고, 언어 전쟁의 희생자 신세가 되어 하루 아침에 자기 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러시아계 주민들도 불쌍하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 정부가 오죽하면 이참에 러시아와 결별하고 서유럽쪽으로 붙으려고 할까? 러시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눈물겨운 노력도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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