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3일 미연방 검찰은 미국인 기자를 납치하러 특파된 이란 비밀 정보 요원들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참고 기사)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이란에서 온 전문가들로, 이란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뉴욕의 기자를 표적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 기자는 인권 운동가이기도 한데 이란 요원들은 그를 납치하여 이란으로 데려갈 목적이었다고 한다. 이 사건은 마치 1970년대 말에 프랑스에서 있었던 전 중앙정보주장 김형욱씨 실종 사건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외국 정보부가 미국 땅에서 미국 시민인 언론인을 납치하려고 한 사건은 들어 본 적도 없는 놀라운 사건이다. 이번에 밝혀진 이란 비밀 정보부의 황당한 추태 가 드러난 이번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비록 미국 연방 검찰은 해당 기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으나, 소식통에 따르면 그녀의 이름은 마시 알리니자드 (Masih Alinejad)이고, 그녀는 현재 뉴욕주 브루클린 지역의 신문사에서 일하는 기자라고 한다. 알리니자드씨는 이란 태생으로 2009년 이란을 떠나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미국 시민권자라고 한다.
알리니자드씨는 그 동안 미국 내에서 이란의 전제적 통치와 여성에 대한 억압을 항의하고 비판하는 운동을 전개해 왔다고 한다. 이에 분노한 이란 정부는 이란에 남아있는 그녀의 가족을 이용해, 그녀를 이란으로 돌아 오게끔 여러 공작을 했으나, 지금까지 그 공작은 잘 되지 않은 듯하다. 그러자, 참다 못한 이란 정부가 이번에 납치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란 정부는 해외에 있는 반체제 인사들을 이란이나 제3국으로 유인한 다음 죽이거나 교도소로 보내는 전법을 여러 번 구사해왔다. 가령 이란 정보부는 2019년 프랑스에 망명한 뒤, 반정부 웹사이트를 운영하던 러홀라 잠 (Ruhollah Zam)씨를 제삼국으로 유인한 다음 체포하여 2020년에 이란에서 처형했다. 2020년에는 미국에 망명해있던 반정부 언론인 잠시드 새마드 (Jamshid Sharmahd)씨가 두바이 출장 중 납치되어 테헤란으로 끌려 간 다음 지금껏 이란의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하지만 이란 정부가 미국 땅에서 납치를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어쩐지 이란의 이슬람 정권은 어쩐지 점차 그들이 그렇게 증오했던 팔레비 정권을 닮아가는 듯하다. 샤한샤 (왕 중의 왕)이라고 불리던 막강한 팔레비 정권은 전국 구석구석에 펼쳐진 비밀 경찰 조직과 사정 없는 처형으로 무서운 공포 정치를 행했지만, 70년대 말 분노한 국민들이 일으킨 이란 혁명으로 삽시간에 무너졌다. 그런 공포 정치를 극복하고 들어선 이란의 이슬람 정권이 지금은 팔레비 정권보다 더 심한 공포 정치를 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이란의 비밀 정보부 사람들은 매일 같이 반혁명 분자들을 찾아 다닐 생각을 하지 말고, 먼저 거울을 보기 바란다. 그들이 찾아다니는 반혁명 분자들의 얼굴이 거기 있을 것이다. 국민을 감시하고 자유를 속박하고, 전체주의의 이름으로 개인의 자유를 압살하는 반혁명 분자들 말이다. (관련기사: 이란의 어리석은 반동 체제 ) 1970년대에 수많은 사람들이 이란 혁명을 위해 싸우고 죽어갈 때에는, 그들도 설마 이란의 혁명 정부가 이런 짓을 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지금 이란의 지도자들은 샤한샤라는 괴물을 미워하다가 자기들이 더 큰 괴물이 된 것은 아닌가?
어쨌든 이 번 사건은 꽤 파장이 클 것 같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 정부의 비밀 정보 조직이 미국 땅에서 미국 시민을 납치하려다 발각되다니.. 이란 비밀 정보부의 황당한 추태 를 보니, 그들은 한심하다 못해 무능하다. 이란 정권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