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나고 더운 여름의 하루

짜증나고 더운 여름의 하루
짜증나고 더운 여름의 하루

덥다. 여름이니 당연히 덥겠지만 그래도 덥다. 이렇게 더울 때에 그저 집에서 에어컨이라도 시원하게 틀고 TV나 보면서 지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지 않아도 더운데, 도대체 집밖에는 밉살스러운 인간들 천지이다. 짜증나고 더운 여름의 하루 가 또 시작된다.

여름날의 고행은 출근길부터 시작된다. 아니 왜, 저 사람은 꼭 내가 타는 시간에 맞춰 지하철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지 모르겠다. 내가 만약 교회를 다니더라도 저런 사람을 보면 그저 정이 딱 떨어져 그만 교회에 발을 끊을 것만 같다. 그리고 이 사람은 왜 자꾸 내게 몸을 밀착시키는 걸까? 아무리 붐비는 시간의 지하철이지만 꼭 이렇게 바짝 붙어있으면 자기도 불편할 텐데. 게다가 저 인간 몸에서 아까부터 이상한 냄새가 난다. 창문을 닫은 실내에서 이런 냄새를 한 시간이나 맡아야 하는 것은 고문이다.

회사에도 도처에 이상한 인간들이 숨어 있다. 아까부터 저 앞에 앉은 사람이 자꾸 기침을 하는 데, 상당히 신경쓰인다.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다. 거래처 핑계를 대고 회사를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러 갔다. 고객의 회의실에서 기다리니 상대는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로 들어왔다. 그가 친한 듯 자꾸 바짝 붙어 이야기하는 통에 정말 힘들었다. 

점심 시간이라고 간 식당의 옆 테이블에서는 정치 이야기가 한창이다. 인터넷에 이미 다 나온 이야기를 마치 자기만 아는 것처럼 저렇게 열변을 토하다니, 참 한심하다. 점심 밥이라도 좀 조용히 먹기가 점점 어려운 걸 보면 또 선거철이 다가오나 보다. 하긴 날도 더운데 저렇게 흥분하는 걸 보니 그 열정이 부러울 정도이다. 

오후에 들어선 사무실에서는 백신 논쟁이 한창이다. “악마의 표식” “마이크로 칩”이런 황당한 주장부터 “불임” “유전자 조작”같이 제법 과학적 논리가 양념처럼 버무려진 논리도 있다. “내가 잘 아는 사람의 동창의 사돈이 의사인데.. ” 로 시작되는 카더라 통신의 결론은, 늘 그렇듯이 그래도 빨리 맞아야 한다는 것으로 끝났다. 어차피 백신을 맞을 거면서 그런 이야기는 왜 하는지?

아아 벌써 퇴근이다. 하지만 저녁 모임은 없어진 지 이미 오래되었다. 집에 가봐야 낡은 선풍기 하나 뿐이라, 이 더운 열대야를 또 어떻게 보낼지 걱정이다. 다행히 지난 번에 냉장고에 채워 넣은 수박이 생각났다. 그저 갑자기 단전만 되지 않기를 바랄 뿐. 지하철에서 한 시간을 서서 도착한 집에도 삶의 고단함이 구석구석 숨어있다.  짜증나고 더운 여름의 하루 를 힘겹게 보내고 나면 이제 핸드폰을 들고 뒤척이는 긴 여름 밤이 천천히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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