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피티 (graffiti)는 원래 미국에서 시작된 미술의 형태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피티는 주류 미술에서 인정하지 않은 민중들의 감정을 담은 이른바 민중 미술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오늘날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그래피티는 어쩌면 빅토르 최의 전설 을 말해주는 아르바트 거리의 그래피티일 것입니다.
소비에트가 무너지고 혼란스럽던 그때, 빅토르 최 (Ви́ктор Ро́бертович Цой) 의 노래는 러시아 민중의 마음을 울렸지요. 빅토르 최는 고려인 아버지와 러시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서 미술을 공부했습니다만, 결국 ‘자본주의의 퇴폐 음악”이라고 비난받던 록 음악을 하게 되었습니다. (참고)
그는 마치 자기의 짧은 생애를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는 10장의 앨범을 발표한 음악 에서 뿐만이 아니라 영화에도 출연했지요.
그의 음악은 숨 막히는 소련 체제를 비판하는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었고 사람들은 여기에 열광했습니다. 그가 라트비아에서 교통사고로 갑자기 사망한 것은 그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던 1990년 8월 15일인데, 아직도 소련의 비밀경찰 (KGB)이 그를 죽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평소에 KGB가 했던 암살들을 생각하면 이런 의심을 하는 것도 당연할 것입니다.

그는 이미 30여 년 전에 죽었지만 아직도 모스크바의 아르바트 거리에는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만든 벽이 남아있습니다. 빅토르 최의 전설 을 기억하는 사람들과 팬들은 이 벽을 찾아 아직도 그에게 꽃다발을 바치고 그를 위해 기도를 합니다.
그가 죽지 않고 살아서 더 많은 활동을 했다면,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릅니다. 그가 추구하던 사회가 어쩌면 우리나라가 가야 할 길을 말해주는 것이었겠지요. 자유롭고 열정적이고 개성이 넘치는 세상을 그리던 그는 가고 없고, 러시아는 아직도 권위적인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